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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생활/문화/ > 추천/서재
2021.04.0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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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09)피노키오
동화 피노키오, 실사 영화로 되살아나




어릴 적 만화영화로 본 피노키오는 우리의 나이만큼 성숙해진 내용의 어른 동화가 되어 다시 우리에게 돌아왔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를 보며 말썽꾸러기인 피노키오를 우리 자신과 별개로 생각하며 웃고 즐겼는데, 최근 개봉한 실사 버전의 영화에서 피노키오는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피노키오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나쁜 이들에게 쉽게 속기도 하지만, 그에 대한 사랑의 끈을 놓지 않는 이들로 인해 바로 일어서게 되는 모습과 함께 인간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 사뭇 진지하다. 이 영화는 이탈리아 작가 카를로 콜로디의 동화 「피노키오의 모험, 1883년」이 원작으로 영화 곳곳에 기독교적 세계관을 볼 수 있어 감상의 깊이를 더한다.

목수인 주인공 제페토는 장작으로 목각인형을 만들어 살아 움직이는 피노키오를 탄생시킨 가난한 노인이다. 아들이 생겼다고 기뻐하지만 가진 것이 없는 그는 침대 담요로 피노키오의 옷을 만들고 본인의 외투까지 팔아 글자 책을 살 정도로 피노키오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어준다. 제페토를 연기한 로베르토 베니니의 사랑하는 아들을 향한 아버지 연기는 압권이다. 이탈리아의 국민배우답다.

세상일에 관심이 많은 피노키오는 학교에 가지 않고 책을 팔아 꼭두각시 인형 공연을 보러 가는데 피노키오를 신기하게 본 인형 조종사 맹지오푸코에게 붙잡히게 된다. 하지만 피노키오의 아빠에 대한 그리움과 다른 인형에 대한 희생정신에 감동한 맹지오푸코는 금화 5개를 피노키오에게 주며 집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기꾼들에게 속아 금화를 모두 빼앗기고 심지어 나무에 매달려 죽을 위기에 처한다. 어리석은 피노키오의 주변에는 항상 유혹이 도사리고 있고, 말썽을 일으키면 그때마다 달팽이님이나 요정 같은 귀인이 나타나 도와준다. 피노키오가 후회하고 반성하면 언제나 조건 없이 용서해주는 요정은 하느님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피노키오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들판을 걸으며 집을 찾아 돌아가는 장면은 돌아온 탕아를 연상하게 하는데 한 폭의 그림같이 아름다워 인상에 남는다. 또한, 당나귀로 변한 피노키오가 다리를 다쳐 쓸모없게 되자 바닷물에 던져지는데, 물고기들이 모여들어 그를 에워싸며 들어 올리는 장면 역시 더없이 아름답고 환상적이다.

요나가 주님을 피하여 달아나다 큰 물고기에게 삼켜진 것처럼 아버지를 찾아 나선 피노키오도 거대한 고래 뱃속으로 들어간다. 나중에 요나가 회개하고 살아나는 것과 같이 많은 고난을 겪은 뒤에야 아빠 제페토의 소중함과 사랑을 깨닫는 피노키오의 모습이 우리와 닮아있어 연민이 느껴진다.

"제가 곤궁 속에서 주님을 불렀더니 주님께서 저에게 응답해 주셨습니다. 저승의 배 속에서 제가 부르짖었더니 당신께서 저의 소리를 들어 주셨습니다."(요나 2,3)

3월 18일 극장 개봉



이경숙 비비안나

가톨릭영화제 조직위원장

가톨릭영화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