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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생활/문화/ > 추천/서재
2021.10.13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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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33)프리가이
사랑에 빠진 게임 캐릭터, 자유를 꿈꾸다



평범한 은행원 가이(라이언 레이놀즈)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평화롭게 지내던 어느 날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상형 밀리(조디 코어)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주인공 가이는 게임 프리시티에서 정해진 행동만 하는 배경 캐릭터(NPC, Non-Player Character)이다. 가이는 현실에서 사는 게임 플레이어와 달리 프로그램 캐릭터로 게임 프리시티에서만 존재한다. 그런 가이는 밀리를 만나면서 자아를 갖게 되고 혼란에 빠진다. 눈앞에 펼쳐진 바다가 3D 이미지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프리시티의 다른 세상을 보기 시작한다. 30년간 변함없는 자신의 삶에 의문을 갖기 시작한 영화 트루먼 쇼의 트루먼이 일상에서 벗어난 돌발행동을 하듯, 매일 정갈한 블루 와이셔츠를 입어 블루셔츠 가이로 불리는 가이가 한결같은 와이셔츠가 아닌 티셔츠를 선택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 능동적으로 변화하는 인공지능(AI)이 된다.

영화 프리 가이의 주된 배경이 게임 프리시티여서, 영화 포스터도 다소 비현실적이고 황당무계해 보이지만, 현실과 가상세계를 표현한 장면들은 영화의 상상력이 진화한 현주소를 보는 듯한 신선함이 있다. 탁월한 시각효과와 잘 짜인 스토리는 감동을 준다. 역동적인 볼거리를 선호하는 관객이나 게임을 모르는 관객 모두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주인공 가이는 게임 회사 CEO 앤트완이 비디오 게임 프리시티 서비스를 종료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를 막으려 고군분투한다. 마블영화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와 헐크의 주먹이 등장하고, 스타워즈 광선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넘나드는 재치도 엿보인다. 또한, 왕자의 키스로 공주가 마법에서 풀려나는 동화와 같이 주인공 가이의 사랑과 모험은 선한 것으로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착한 반전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순수한 블루셔츠 가이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며 게임계의 인기스타가 된다. 하지만 자신이 사는 세상이 진짜가 아니라는 사실에 회의를 느낀다. 그의 절친 버디는 "지금 이 순간은 진짜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도우려는 사람보다 더 진짜인 게 어디 있느냐"며 가이를 위로한다. 팬데믹으로 답답하고 지친 날들을 보내는 시기에 영화 프리 가이는 선한 행동이 사람들을 변화시킨다는 긍정적인 메시지와 함께 통쾌한 웃음을 주어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우리에게 주인공 가이와 같이 그동안 믿어왔던 세상, 즉 가족이나 지인에게 버림받는다면, 혼자라는 생각에 심한 상실감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랑의 지혜」의 희망 편에 소개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 "희망과 함께 걷는 것은 기도로 유지되고 주님께 자신을 맡기는 신앙의 삶에서 비롯됩니다"처럼 우리는 기도하며 세상의 뜻이 아닌 하느님의 뜻에 맡기고 따라야겠다.

8월 11일 극장 개봉



이경숙 비비안나(가톨릭영화제 조직위원 가톨릭영화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