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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유쾌한 클래식: 하이든이 작곡한 독일 국가(國歌)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10-27 조회수1,666 추천수0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22) 하이든이 작곡한 독일 국가(國歌)


황제 찬가가 독일 국가가 된 사연

 

 

도쿄 하계 올림픽을 끝마치고 이제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있다. 며칠 전 그리스에서는 다시 한 번 성화가 봉송되기도 했다. 1988년 여름에 열린 서울 올림픽이 떠오른다. 난 잠실 주경기장에서 소련국가대표(러시아가 아니라 막강한 구소련 대표팀이었다) 육상팀을 위한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통역을 하고 있었다.

 

짬이 날 때마다 최고의 멋진 육상 경기를 보게 되는 행운도 누렸는데 ‘나는 인간새’로 불린 장대높이뛰기 세계 신기록 보유자였던 세르게이 부부카도 만나고 남자 소련대표팀이 투포환 금ㆍ은ㆍ동메달을 휩쓰는 것 그리고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대결로 초미의 관심사를 끌었던 남자 100m 달리기 캐나다의 벤 존슨과 미국의 칼 루이스의 경기도 눈앞에서 볼 수 있었다. 벤 존슨이 칼 루이스를 제치고 마법의 탄환처럼 탄력적으로 튀어 나가 눈 깜짝할 사이에 결승선을 통과하고 승리했으나 도핑 테스트에서 걸려 영구 제명되고 칼 루이스가 금메달을 차지한 그 문제의 경기도 봤다. 음악을 좋아하는 내가 육상 경기 외에 큰 관심을 갖게 된 건 당연히 수없이 울려 퍼지는 각국 금메달리스트들의 시상식 국가였다.

 

특히 투포환 금ㆍ은ㆍ동메달을 모두 휩쓴 소련 대표의 시상식은 지금 생각해 봐도 압도적이었다. 현재에도 가사만 약간 바꿔서 국가로 다시 사용되고 있는 소련 국가는 가슴이 뭉클할 정도로 멜로디와 화성 진행이 아름다웠다. 내가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었고 러시아에 대한 애정이 엄청났으며 그 당시에는 러시아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신기한 일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몇몇 나라들의 국가를 듣던 중 난 시상식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국가에 발걸음을 멈추고 멍하니 스타디움 위의 푸른 하늘을 바라봤다. 당시 서독 선수가 어떤 경기에서 금메달을 땄고 하이든이 작곡한 국가가 울려 퍼진 것이었다. 서독 국가는 황홀하게 아름다웠고 이 국가는 현재에도 통일 독일의 국가다.

 

하지만 이 곡은 원래 독일 국가가 아니었다. 황제 찬가(Kaiserhymne) 또는 민중의 노래(Volksrhymne)로 불린 이 곡은 고전주의 시대 오스트리아 작곡가 하이든이 신성로마제국 황제 프란츠 2세이자 오스트리아 제국 초대황제인 프란츠 1세(동일 인물)의 생일인 1797년 2월 12일에 맞춰 그에게 헌정한 곡이다. 하이든은 에스테르하지 궁전에서 나온 후 수차례 영국을 방문하며 콘서트 시리즈로 더욱 높은 명성을 얻었고, 경제적으로도 윤택해졌다. 영국에서 국가인 ‘God save the king’(주님 국왕을 보호하소서)가 영국민의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것을 보고 큰 감명을 받은 하이든은 나폴레옹 군대가 오스트리아로 쳐들어와 프랑스 치하에서 고난의 시간을 보낸 오스트리아 국민을 위로하고 자긍심을 불어넣기 위해 이 곡을 썼다. 이 뜻을 알게 된 판 슈비텐 남작은 시인 레오폴트 하슈카에게 가사를 쓰게 했다. 이 곡은 1797년 황제의 생일인 2월 12일 빈의 부르크 극장에서 오스트리아 국가로 정식 발표됐다. 하이든은 후에 이 멜로디를 현악 4중주 Op.76 3번 C장조 황제(카이저)의 2악장 변주곡의 테마로 사용해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가사는 “주님 프란츠 황제를 지켜주소서. 우리들의 좋은 프란츠 황제를. 빛나는 영광의 자리에 영원히 있게 하소서. 번영 있는 명예의 관을 주시옵소서”였는데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붕괴된 1918년까지 오스트리아의 국가로 쓰였다. 1922년부터는 바이마르 공국의 국가로 쓰이다가 비스마르크에 의해 독일이 통일되자 독일의 국가로 채택돼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콘서트홀에서뿐만 아니라 스포츠를 잘하는 독일이라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 이 곡을 자주 들을 수 있다.

 

※ QR코드를 스캔하시면 하이든이 작곡한 독일 국가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BmCcSz6HWw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10월 24일, 장일범(발렌티노, 음악평론가, 서울사이버대 성악과 겸임교수,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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