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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회음악 이야기: 하이든의 불안한 시대를 위한 미사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4-25 조회수2,324 추천수0

교회음악 이야기 (7) 하이든 <불안한 시대를 위한 미사>

 

 

기나긴 어둠의 시간을 지나 주님이 부활하셨다. 여러 가지로 어수선하고 편치 않은 이 시절에도 꽃은 움트고 생명이 약동한다. 마냥 설렐 수도 기쁠 수만도 없는 이 시기에 부활하신 주님, 피어나는 자연 안에서 우리는 조용히 샘솟는 희망을 느낀다. 캄캄하고 적막한 빈 무덤에도 환한 빛이 찾아들었다. 이 간절한 마음을 음악으로 표현한 작곡가가 있다. 고전주의 시대의 대표적 작곡가 하이든(Franz Joseph Haydn, 1732-1809)은 1798년 《불안한 시대를 위한 미사》(Missa in Angustiis, Hob.Ⅹ /11)라는 제목이 붙은 미사곡을 작곡하였다.

 

많은 별칭을 갖고 있기도 한 이 곡은 최근 <2022년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앤드루 노먼(Andrew Norman)의 《소용돌이》(Spiral, 2018)와 함께 마르쿠스 슈텐츠(Markus Stenz)의 지휘로 연주되기도 하였다. 시대에 대한 깊은 사색이 반영된 기획이 아닐 수 없다. 잠시 1798년 유럽의 상황을 떠올려 보자. 당시 승승장구하고 있던 나폴레옹 군대는 1797년 초, 알프스를 넘어 비엔나를 위협하기 시작했고 이어진 네 번의 큰 전투에서 연승하였다. 하이든의 명성은 1798년 최고조에 달하지만 미사곡을 썼을 당시 세계는 두려움과 슬픔으로 인한 혼란에 빠져 있었다. 1798년 여름은 오스트리아에게 두려운 시간이었다. 이 곡의 기원에 여러 가지 설이 있기는 하지만 이 ‘불안한’ 시대에 신께 평화를 갈구하며 미사곡을 작곡했다는 설 또한 설득력이 있다.

 

이 작품의 유명한 다른 이름은 《넬슨 미사》(Lord Nelson Mass)인데 여기에도 인상적인 일화가 있다. 하이든이 미사곡을 작곡할 당시에는 전해 듣지 못했겠지만, 이 곡이 초연되었던 1798년 9월에 그와 청중들은 전쟁에 관한 새로운 소식을 들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바로 나폴레옹이 영국군과의 해전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는 것. 이 해전은 넬슨(Horatio Nelson) 제독이 이끄는 군대에 의해 수행되었고 이 우연의 일치로 인해 미사곡은 《넬슨 미사》라는 별칭을 얻게 된다. 때문에 이 곡은 작곡가가 의도했던 《불안한 시대를 위한 미사》라는 제목과 더불어 《넬슨 미사》로도 유명하다.

 

초연 당시 악기의 구성으로도 당시의 시대 상황을 어림짐작해 볼 수 있다. 현악기, 3대의 트럼펫, 팀파니 및 오르간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에는 목관파트가 빠져 있었다. 당시의 불안정했던 정치, 재정 상황으로 악기를 사용하기가 녹록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이제는 여러 논쟁 끝에 목관악기 부분을 추가한 다양한 출판본들이 존재한다. 음악도 세상의 어려움을 피해 갈 수는 없다. 힘든 시절 음악가들은 자신들만의 방법을 통해 세상을 위로하는 작은 힘이 되길 소망하였다. 암울함, 불안에 머물러 있지 않고 이미 우리 옆에 성큼 다가온 희망찬 날들을 꿈꾸며.

 

[2022년 4월 24일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 주일) 대전주보 4면, 오주현 헬레나(음악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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