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음악자료실

제목 성가의 참맛: 세바스찬 템플의 저를 당신 평화의 통로가 되게 하소서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9-26 조회수1,300 추천수0

[성가의 참맛] 세바스찬 템플의 <저를 당신 평화의 통로가 되게 하소서>(Make me a Channel of Your Peace)

 

 

#화해 #Reconciliation #和解

(명) 싸움을 멈추고 서로 가지고 있던 안 좋은 감정을 풀어 없애는 것.

 

이제 겨우 6살인 딸과 하루에도 몇 번씩 투닥투닥 거립니다. 유치원 등원 시간에 맞추어 나가야 하는 딸에게 아침부터 눈 뜨자마자 잔소리를 시작합니다.

 

“오늘은 유치원에서 바깥 놀이가 있으니까 치마 입지 말고 바지를 입어야 해.”

“이제 옷 다 입었으면 세수하고 양치질해야 해.”

 

하지만 우리 따님께선 듣는 둥 마는 둥 대답도 하지 않고 자기가 입고 싶은 옷을 여유롭게 고르고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결국 세수도 안 한 채 유치원에 갑니다. 또 어떤 하루는 아침을 먹다 말고 갑자기 책상에 앉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지각하지 않도록 준비하기를 재촉하다 결국 엄마는 화를 내고... 이에 놀란 딸은 닭똥 같은 눈물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매일 일어나는 정신없는 아침의 일상입니다. 이렇게 전쟁을 한바탕 치른 후에 딸이 유치원으로 등원하고 나면 그제서야 조금 숨을 고르지요. 하지만 역시나 오늘도 인내하지 못하고 발끈 화를 내버렸던 저의 모습에 하릴없이 후회스러운 마음이 몰려옵니다.

 

밤이 오면 자기 전에 침대맡에서 아침에 있었던 일에 대해 딸과 화해의 시간을 만들곤 합니다. 이 시간은 딸이 평소에 엄마에게 서운했던 일들, 자신이 하려고 했던 일들에 대한 해명 등 딸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딸도 엄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지요. 이렇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작은 화해를 하고 다시 웃는 모습으로 서로를 대합니다. 매번 속 시원히 서로의 갈등을 풀 수는 없지만 이 시간이 우리의 관계 안에서 한결 가벼워진 마음속 평화를 되찾고 다시금 사랑을 자라나게 하는 순간임을 깨닫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화해할 수 없고, 용서할 마음조차 들지 않을 때가 있지요. 다시는 예전처럼 사랑할 수 없을 거 같아서 이제는 화해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갖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라고 말씀하셨지만, 매는 것에 비해 푸는 것이 왜 이렇게도 어려운 것일까요?

 

지난해 성가의 참맛 <주님 안에 우리> 편에서 소개했던 제1세대 가톨릭 생활성가 찬양사도 세바스찬 템플을 기억하시나요? 그가 프란치스코 성인의 기도인 <평화의 도구가 되게 하소서>를 바탕으로 하여 작곡한 성가 <저를 당신 평화의 통로가 되게 하소서>(Make me a Channel of Your Peace)가 생각납니다. 1967년 성 프란치스코 커뮤니케이션 센터를 통해 발매한 앨범 《행복한 이들》(Happy, the Man)에 수록되어 세상에 알려진 성가지요.

 

이 성가를 함께 부르면서 보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나 자신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화해를 이루는 하루가 되시길 기도합니다. “Make me a channel of Your Peace...!”

 

[2022년 9월 25일(다해) 연중 제26주일(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의정부주보 7면, 까뮤(이새론 안토니오, 최슬기 마리아, 고윤서 마리스텔라, 이운형 마리아, 김구환 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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