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하느님의 어린 양"을 노래하는 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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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종헌 | 작성일1999-02-09 | 조회수2,770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평화의 인사 뒤에 하는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라는 기도는 일종의 연도 (도문, litany)로서, 사제가 영성체를 위해 성체를 쪼개고 (fractio panis) 성혈에 작은 성체 조각을 넣을 때 하는 기도이다. 쉽게 말하자면, 사제들의 영성체를 위해 성체를 나누는 동안의 공백을 메꾸기 위한 기도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따라서 이 기도는 전적으로 신자들의 몫이다.
이 기도는 교황 세르지오 1세 (687 - 701)에 의해 로마 미사에 들어오게되었고, 신자들에 의해 노래로 불리어졌지만 장엄하고 화려하게 전례를 꾸미려는 교회와 작곡가들의 노력으로 전례에 사용되는 음악들이 더 이상 신자들이 따라 부르기에는 너무 어렵게 되자 이 기도 역시 성가대에 그 자리를 내어주고 말았다. 그 당시에만 해도 큰 도시에 성당이 그리 많지 않았었고 주일마다 도시의 모든 신자들이 주교와 함께 한 성당에 모여 다 같이 미사를 봉헌하였다. 그때 많은 사제들도 같이 미사를 봉헌하였기에 fractio panis의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렸다. 그래서 이 기도를 노래하는 방법은 지금과 같이 세 번만 노래부른 것이 아니고, 성체 나누는 시간이 끝날 때까지 몇 번이고 계속해서 노래불렀던 것이다. (교구 신앙대회나 서품식 때, 많은 신부님들이 성체를 나누어 가지는시간을 상상해 보면 조금 이해가 쉬울까요?) 처음엔 이 기도의 응송이 지금 우리가 미사에서 하듯이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였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이 마지막 응답이 "저희에게 평화를 주소서"로 바뀌게 되었다. 이 마지막 응송은 10세기 부터 삽입된 것으로 9세기 때부터 빵의 나눔 뒤로 자리를 옮기기 시작한 평화의 인사와 연결되다 보니 "저희에게 평화를 주소서"라고 바뀌었다고 전례음악가들은 생각한다.
이 기도는 성가대만 노래해도 좋고, 선창자 (성가대)와 신자들 간에 교대로 계응을 노래로 부를 수도 있다. 또 노래로 하지않을 경우에는 큰 소리로 낭독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 노래 혹은 기도가 앞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사제들이 성체를 나누는 동안에 신자들이 부르는 노래이기에 기도의 시작을 사제가 하지 않아야 한다. 이 기도 내지는 노래의 기능이 빵을 나누는 사제의 동작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신자들 (성가대)에 의해 시작되고 노래 불리어지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또 한가지 생각해야 할 점은, 현재 각 본당에서 봉헌되고 있는 미사는 거의 대부분이 주례 사제 한 분에 의해서 진 행되어지고 있기 때문에 성체를 나누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이다. 이 성가의 역사를 살펴 보았을 때 성체 나누는 시간이 오래 걸리면 수십 번이고 계속해서 불렀고 (그래서 연도 내지 도문이라는 표현을 쓴다), 시간이 덜 걸릴 때에는 몇 번으로 끝났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우리가 꼭 악보에 있는 대로 세 번을 다 노래로 해야하는 가하는 문제가 생긴다. 위에서도 말 했지만 지금은 사제 혼자서 성체를 나눈다. 그래서 전례음악자들은 두번 노래하고 끝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때 물론 마지막 응송은 꼭 해야한다. 악보대로 생각한다면 중간의 "하느님의 어린 양"은 생략하자는 이야기이다. 왜냐하면 악보대로 세번을 노래했을 때에는 사제는 벌써 성체를 다 나누고 노래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례 중의 이런 시간은 굉장히 길게 느껴지고 또 동작을 수반하는 노래이기에 동작이 완료된 상태에서 더 이상 노래는 필요하지 않다. 만약 사제 여럿이서 합동미사를 드리는 경우, 성체 나누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첫 번째 내지 두 번째 "하느님의 어린 양"을 몇 번이고 계속할 수 있겠다. 아니 계속해야만 한다. 빵을 나누는 동작이 끝나지 않았는데 성가가 이미 끝나서는 안 된다. 다만 이 때 끝나는 마지막 응송은 "평화를 주소서"로 끝내야 한다. 그리고 이 기도 하는 방법을 위에서 말했지만 꼭 노래로 하지 않아도 된다.
참고 문헌: "로마 미사경본의 총지침" 56e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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