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반주자.. 에 대한 잡담 | |||
---|---|---|---|---|
작성자조범준 | 작성일1999-08-31 | 조회수1,673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양진기님의 글을 읽고 많이 느끼게 되는군요.. 저는 부천의 심곡본동 성당에서 학생 성가대 지도를 맡고 있는 고등부 교사입니다. 원래 저는 많은 시간동안 성당활동을 하지 못하다가 6년만에 돌아와서 교사를 하고 있고 그동안 후배 교사들이 성가대를 만들고 가르치다가 본인들의 일 때문에 그만두고 지금은 나이가 중간급은 되어버린 제가 하고 있습니다. 물론 청년중에서 중간.. 후후
학생들은 저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옛날 선생님은 반주도 하고 가르치기도 하셨는데 선생님은 반주는 안하시고 지휘만 하세요? 이상해요" 저는 아이들에게 솔직하게 말합니다. "난 반주는 못한단다" 지금 그러면 어떻게 연습을 시킬까 하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그야 물론 반주자가 있으니까요..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성가대 출신 여학생이 시간을 내서 계속 반주를 해 주고 있습니다. 그 아이에게 교사이기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신앙의 스승으로서 신앙의 선배로서 아이들 앞에 서 보라고 요구해 보기도 합니다.
그 아이에게 물어 봅니다. "왜 성가대 반주를 하지?" 그러면 말하더군요 "그거까지 안하면 성당에 안나오게 될 것 같아요"
반주자.. 우리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반주를 할 줄 압니다. 그 학생이 왜 성가대 반주를 할까.. 가만히 생각해 보았는데 실은 재미있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그 학생을 보면서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고 그 학생도 아이들을 보면 무언가 느끼게 되는 순간.. 아이들의 모습에서 왜 예수님께서 아이들을 막지 말라고 했을까를 느끼는 순간..
나름대로의 즐거움, 그것이 인간적이건 신앙적이건간에.. 기쁨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무엇을 하던간에 즐거운 성당이 되도록 노력해야 되지 않을까 합니다. 기쁨과 희망.. 그것은 사랑에서 비롯된다고 하던가요? 그렇다면 사랑해야겠습니다. 신부님을 미워하고 지도 수녀님과 다투고 사목위원들을 원망하고 지원을 적게주는 사무실을 원망하고.. 이건 우리가 꿈꾸는 세계가 아닙니다. 예수님의 가르침도 아닐 것입니다.
반주가 느리다고 합시다.. 밴드가 미사를 망쳤다고 합시다. "그러면 어때?" 할 수는 없습니다. 미사 반주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신자들의 신앙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을 망쳐놓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들도 신자들이고 즐겁고 기쁜 미사를 바칠 수 있어야 겠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꾸준히 웃어주는것, 꾸준히 사랑하는 것만이 우리가 배운것이고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것이 아닐까하는 혼자 생각을 해 봅니다.
반주자들이 힘든 생활을 하면서도 욕을 먹는다지요.. 그리고 미사를 망쳤다고 하지요.. 그들은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미사시간에 떠들고 딴짓하는 학생들은 어떤가요? 그들은 미사에 참석할 자격도 없게 될까요? 예수님은 우리들이 모여서 마음을 모아 기도 하는 것을 보시고 기뻐 하실 분 아닐까요? 박자가 틀렸다고 인상 쓰는 우리를.. 예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모든 교회의 봉사자들.. 모든 교회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특히나 여긴 성가 게시판이니까 성가봉사를 하는 많은 분들께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사랑하자는 말.. 예수님을 위해서 돌아가시면서 세워놓은 한국교회가 왜 사랑하지 않을까? 다리라는 노래가 생각납니다. 어찌 다리를 놓지 않나.. 그것은 교회안에서 신자들간에 생긴 강에 사랑의 다리를 놓아야 하지 않나.. 전쟁과 상처가 있는 곳에만 놓아야 하는 그런 거창한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을 주님 마음에 들도록 .. 아이구 길다.. 길어서 미안합니다.
처음 올린 글이군요 김종헌 신부님께 메일을 보낸적은 있지만.. 후후..
이런말 저런말 할 말 없는 죄인이 올립니다. 조범준 고스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