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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활성가 토론]새 음악 실험의 문제
작성자이봉섭 쪽지 캡슐 작성일2000-05-27 조회수669 추천수5 반대(0) 신고

[생활성가 토론]새 음악 실험의 문제

 

  어떤 양식의 음악이든, 예컨대 다성음악이든 흔히 말하는 클래식이든, 그 양식으로 만들어진 모든 음악이 전례에 적합할 수는 없습니다. 상당히 정착된 양식에서도 그러하므로, 더욱이 어떤 새로운 음악 형태에 대해서는 그렇게 만들어지거나 연주되는 음악들 중 전례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 많을 것입니다.

  새 형태의 음악을 사용하고는 싶지만 바로 그 적합성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결국은 그것을 어떤 형태로든 실험해 볼 필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실제로 어떤 곳에서는 전례에의 CCM 도입이 반대에 부딪히자 "실험해 보지도 않고 반대하느냐?"는 말이 나오기도 하였으며 지금도 신부님들을 포함한 많은 분들이 이러한 문제제기를 하고 계십니다.

 

  우선 실험(테스트)이 필요하다는 것 자체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실험할 것인가가 큰 문제입니다. 사실 이미 많은 곳에서 그런 실험이 상당히 이루어져 왔습니다. 바로 미사 전례 안에서 말입니다. 하지만, ’전례 안에서의 실험’이란 상당히 위험한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전례의 중요성은 실로 엄청난 것으로, 예컨대 제 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모든 힘이 흘러 나오는 원천(전례 헌장 10)" 등등 최고의 표현을 동원하여 그 중요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전례가 신자들에게 미치는 영향 또한 매우 큽니다. 따라서 새로운 것을 전례 안에서 실험했다가 만약에라도 적절하지 않았다면, 신자들에게 영적으로 큰 해를 끼칠 위험성이 있는 것입니다.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더라도 말입니다. 그래서 전례 안에서의 실험이란 마치 처음 보는 것을 다른 방법으로 시험하지 않고 우선 먹어 보는 것(그것도 남과 같이)과 비슷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성교회는 이미 이러한 실험의 필요성과 위험성을 함께 생각하였으며, 성음악 훈령(1967)을 통해 다음과 같이 명시해 두고 있습니다. 참고를 위해 http://www.catholicliturgy.com에서 가져온 영문판을 함께 싣습니다.

 

60. 모국어 가사에 붙인 새로운 멜로디들은 그것이 만족할 만큼 성숙과 완성에 도달할 수 있기 위해서 반드시 어느 기간의 경험과 시험이 필요하다. 그러나 순전히 실험해 본다는 구실로 그것을 성당 안에서 해 보는 일은 절대로 삼갈 것이다. 그러한 실험은 성당의 신성함과 전례의식의 품위와 신자들의 신심에 위배되는 일이다. (최명화 역, 사목 2호)

    New melodies for the vernacular texts obviously require a period of testing in order to become firmly established. But their use in church purely for the sake of trying them out must be avoided, since that would be out of keeping with the holiness of the place, the dignity of the liturgy, and the devotion of the faithful.  

 

  역시 테스트가 분명히 필요하지만, 교회 안에서의 실험은 절대로(영문에서는 must) 피해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나기정 신부님의 교정본에는 ’성당 안에서’ 대신 ’경신례에서’ 라고 되어 있고, 영문에는 church 및 the place라는 말이 쓰이고 있습니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전례는 실험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결국 새로운 곡을 실험하는 것은 교회 밖에서 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됩니다. 현실적으로는 미사를 제외하고 신자들(특히 청년들)이 만나는 장이 아직 많지 않다 보니, 자꾸만 검증되지 않은 곡의 실험 또는 사용이 미사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사 외에 만남과 나눔, 활동이 보다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앞의 가르침을 생각하고 무엇보다 전례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적어도 전례 안에서는 새로운 음악의 ’과감한 실험’이란 적절하지 않으며 비록 좀 느리게 보이더라도 신중하고 충분한 검토가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세속에서도 새로 개발한 약이 아무리 좋아 보여도 길고 긴 실험과 검토를 거친 다음에야 사람에게 쓰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런 의미에서도 현재 거론되고 있는 심의제가 좋은 방법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것은 심의를 맡은 분들이 이러한 어려운 검토의 책임을 대신 맡아 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정착된 다음에도, 심의가 모든 것을 정해 주거나 해결해 준다는 것은 아마 어려울 것입니다. 각처에서 전례음악을 맡으신 분들 스스로가 전례의 중요성 및 필요한 요건과 태도에 대해 깊이 인식하는 것은 계속해서 대단히 중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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