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행주산성 공소에서 풍요로운 창미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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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건정 | 작성일2000-09-10 | 조회수854 | 추천수9 | 반대(0) 신고 |
성가 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즐겁고 알찬 추석이기 바랍니다. 오늘은 경기도 고양시 능곡성당의 행주산성 공소에서 연중 제23주일을 맞이하였습니다. 행정구역상 경기도이지만 88올림픽 대로에서 목동과 가양동을 지나 행주대교를 통과하면 바로 행주산성 입구에 있는 시골 옛날 성당입니다. 서울 도심과 바로 다리 하나를 두고 이렇게 분위기가 다른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지금은 쇠락한 겉모습의 공소이지만 서울에서는 서울 명동대성당과 약현(중림동) 다음으로 설립(1905년)된 성당이며 수색성당도 이 성당의 공소였다고 합니다. 한 때는 신자 수 감소로 폐쇄되기도 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성전은 납작한 한식 개와집이고 들어가 보니 천정에 대들보와 석가래가 원래대로 보존되어 있는것도 신기하고 감사롭게 여겨 졌습니다. 대들보는 가로 세로 약 15센티미터의 굵기인데 자세히 살펴보니 먹으로 쓴 글자가 보입니다.지금 성전은 원래 크기의 2배로 증축했지만 원형이 남아있는 것 이지요.
오른쪽 대들보에는 한문으로(오른쪽에서 왼쪽으로) 天主降生 一千九百十年 四月십七日 立柱 上樑( 천주강생 일천구백십년 4월17일 입주 상량)이라고 씌여있고 왼쪽 대들보에는 순 한글체로 융희 九년 경슐 삼월 팔일 셩요셉 은보주일 립주샹량 이라고 씌여있어서 생생한 역사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조선이 일제에 강제합방되던 슬픈 해의 역사입니다.
좁은 길을 올라가 성당에 다달으니 제법 넓은 약 800평의 대지에 종탑도 있다. 다만 종이 손상되어 수리해 왔는데 곧 올린다고 한다.
신발을 벗어 신발장에 두고 들어가니 마루바닥인데 의자가 없고 각자 방석을 하나씩 가져다 깔고 앉는데 꽉 차면 약 100여명 앉을 수 있겠고 오늘은 약 70명의 신자가 참례를 했습니다. 옛날 남녀 구별이 있던 때에 가운데 휘장을 쳤던 흔적이 나무 기둥에 남아있고 (커텐 지주목 구멍) 오늘도 남자신자는 오른쪽에 3열 종대로 질서있게 앉고 왼쪽에는 여자들이 똑같은 모습으로 앉는 것이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느낌이 듭니다.
신자는 거의 대부분이 노인(잘 걷기도 힘든 할머니가 많아 미사중에도 일어서지 않을 정도...)이고
이십여명의 젊은이들은 모두 작은 전기 풍금앞에 모여 앉아 성가대를 합니다. 젊은이라고 했지만 막내가 삼십이 넘었고 40대 50대 주부입니다. 중간에 앉은 제가 젊은 남자신자에 속할 정도인데 저도 사실은 군대에 간 아들이 있습니다. (아들은 그 이름도 빛나는 육군 병장입니다요) 무엇 보다 중요한 사실은 ....공소에는 신부님이 안 계시는법인데.... 주일미사에 안동교구장이셨던 두봉 주교님이 은퇴후 이곳에 계시며 미사를 집전합니다. 이 분은 모국 프랑스에 가시면 프랑스사람들이 외국인이냐고 물어볼 정도로 불어에 서툴고 한국어에 능통한 주교님 이지요 아무튼 이런 화려한 분위기에서 제가 미사에 참례했다는 것이 기뻤습니다. 두봉 주교님은 시종 미소를 띠며 집전하시는데 근엄하다 못해 화난듯한 표정으로 집전하시는 한국 신부님들을 생각하면 그게 아니구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오늘따라 서론이 길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본론에 들어가겠습니다.
주일미사는 오전 10시 한번이다. 아홉시 40분이 되니 할머니들이 손자(증손자?)를 데리고 들어서는데 나아가 더 든 할머니는 기둥앞에 앉아 기대어 앉는다. 10분 전부터 순교자 성월 기도와 대희년 기도를 합송한 후 시작예식에 들어갔다.
성가 번호는 능곡 본당에서 주보에 기재한 대로 자동 선곡되어 있다. 입당성가는 성가 289장 병인순교자 노래를 제창.
두봉 주교님이 입장하시고 1절이 끝나자 2절로 들어간다. (음...제대로 하는구나...생각이...) 순교자 성월에 한강이 보이는 이 성당에서 옛날 (절두산에서 목이 잘린) 순교성인들의 피로 물들은 강물을 보아야 했던 조상들 생각이 나서 성가를 힘주어 불렀다.
미사곡은 안 할줄알았는데 어허라! 성가 325장 미사곡을 성가대와 신자가 교창을 힘차게 한다. 노인천국에서 교창이 되다니... 놀랍다. 대영광송도 주교님의 선창 후 성가대와 신자 교창... 그러나 안타깝게도 리듬은 거의 무시하고 가락만 맞춰 부른다. 그래도 성가 못한다고 타박할 맘은 조금도 없다. 지휘자 없이 공소에서 모든 가용인력이 총동원되어 창미사곡을 부르는 게 어디냐?
주교좌 대형 성당에서도 교중미사에 창미사를 안하는 것을 보아온 필자는 매우 감명을 받았다. 화답송은 해설자 선독으로 낭송하고 알렐루야는 다함께 노래후 독송부분을 성가대 전체가 노래하는데 연습 부족으로 입이 안 맞는다. 성당이 60 여평의 작은 공간인 만큼 한사람이 독창을 하더라도 (목소리가 곱지 않아도 무방하다) 잘 들릴텐데...하는 느낌이다.
신자들의 기도노래도 노래로 하고 봉헌성가는 61장 주 예수 그리스도와 바꿀 수는 없네를 제창. 성가대가 어떤 곡은 제창으로 또 미사곡 중 어떤 곡은 2성부, 즉 앨토음을 낸다. (처음엔 성가대가 있는 듯, 없는 듯하여 귀를 곤두 세웠다) 거룩하시도다와 신앙의 신비, 아멘, 하느님의 어린양 등 모든 노래부분을 노래로 한다. 성체성가는 167장 생명이신 천상양식을 3절까지 부르고 이어서 170장 자애로운 예수를 다 불렀다. 주교님이나 성가대가 서두르지 않으면서 주일 미사를 창미사로 바치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인다. 퇴장성가는 성가 283장 순교자 찬가인데 코 끝이 찡! 하도록 다함께 열심히 불렀다.
결코 잘부르는 성가대는 아니지만 그들의 열성과 신심은 본 받을만 하다고 믿는다.
능곡 성당 행주산성 공소의 주일미사... 파아란 가을하늘의 풍성함 처럼 참으로 풍요로운 미사에 참례한것에 감사드리며 맺습니다.
순교자 성월을 맞이하여 행주공소에 한 번 가 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성가대 지휘 경험 있고 가능한 분은 봉사를 하면 좋겠다는 소감입니다.
인근 산성도 보시고 아이들 교육에도 좋지요.
서울에서 김빠뜨리시오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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