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 게시판

제목 [연중제23주일]라우다떼복음묵상
작성자김지성 쪽지 캡슐 작성일2000-09-11 조회수597 추천수3 반대(0) 신고

 안녕하세요. 이 게시판에 정말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그 동안은 사정이...^^; 한달간의 방학이였다는 셈치고 다시 올리겠습니다.

 즐거운 추석 보내시기를... ^___^


2000년 9월 10일 연중제23주일

〈준비 및 진행 : 김지성 스테파노〉

 

 †오늘 복음은 마르코 복음 7장 31절에서 37절까지의 말씀입니다.

 

복  음 : 마르 7,31-37

 

  그 뒤 예수께서는 띠로 지방을 떠나 시돈에 들르셨다가 데카폴리스 지방을 거쳐 갈릴래아 호수로 돌아 오셨다. 그 때에 사람들이 귀먹은 반벙어리를 예수께 데리고 와서 그에게 손을 얹어 주시기를 청하였다. 예수께서는 그 사람을 군중 사이에서 따로 불러내어 손가락을 그의 귓속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대시고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쉰 다음 ’에파타" 하고 말씀하셨다. "열려라" 라는 뜻이었다. 그러자 그는 귀가 열리고 혀가 풀려서 말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 예수께서는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엄하게 이르셨으나 그럴수록 사람들은 더욱 더 널리 소문을 퍼뜨렸다. 사람들은 "귀머거리를 듣게 하시고 벙어리도 말을 하게 하시니 그분이 하시는 일은 놀랍기만 하구나" 하며 경탄하여마지 않았다.

 

 오늘 복음에서 귀먹은 반벙어리가 등장을 합니다. 사람들은 그를 예수님께 데리고 가서 그를 고쳐달라고 도움을 청합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그런 그를 고쳐주십니다. 병자를 고치시는 기적에 관한 내용들... 성서에서 자주 등장하는 내용입니다. 몇 달 전 복음에서도 회당장의 죽은 딸을 살리시고, 병으로 앓고 있는 여인을 고쳐주시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 내용에서는 예수님께서 병자를 고쳐주신 기적 자체보다는 그 병자가 귀도 먹었고, 말도 하지 못하는 벙어리라는 것과 예수님께서 그를 향해 ’열려라’라고 말씀하시는 것에 더 관심이 갑니다. 복음 중간에 예수님께서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었다는 부분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왜 한숨을 내쉬었을까요? 보통 우리들은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혼자의 힘으로 어쩔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에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게 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귀먹은 반벙어리의 귀를 열리게 하고 혀를 풀리게 하셨음에도 육체적인 장애가 아니라 옳은 말을 듣지도 못하고 실행하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보시면서 한숨을 내쉰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들이 귀먹은 반벙어리를 고쳐달라고 데리고 왔지만, 실은 그들도 귀먹은 반벙어리의 처지와 같았기 때문입니다.

 

 ’열려라’라는 뜻을 가진 ’에파타’라는 말. 이 세글자의 말이 정말 많은 뜻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글에서 ’열다’라는 말뿐만 아니라 영어에서 ’open’이라는 단어도 ’문을 열다’, ’마음을 열다’와 같이 참 다양하게 쓰입니다. 예수님께서 하신 이 말씀도 듣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복음 속의 상황 그대로 막혀 있던 귀를 열게 하고 말문을 열게 한다는 뜻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고, 닫혀 있는 마음의 문을 열라는 뜻으로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열려라’라는 말이 ’정신차려라’라는 말로 들리더군요.

 

 얼마 전에 군대를 간 친구 한 명이 휴가를 나왔습니다. 전 아직 군대를 갔다 오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 그 친구를 만나서 얘기를 하는데, 그 친구가 대뜸 ’넌 정말 행복한거야.’ 라고 말을 하더라구요. 아마, 훈련을 받으면서 사람들끼리 각자 고생했던 일들 같은 것을 얘기했나봐요. 근데, 뭐 학비가 없어서 공사판에서 일하다가 온 사람하며, 예전에 가출해서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온 사람하며...

 그 친구의 얘기를 듣고 생각을 해보니까 그 동안 제가 나름대로 고민거리라고 생각해 왔던 것들, 친구들하고 술한잔 하면서 털어놓던 그런 얘기거리들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대학교에서 혹은 잘사는 동네라고 알려진 이 동네에서 어떻게 보면 사치라고 할 수 있는 소비와 그런 대화들을 떠올리면서 귀먹은 반벙어리같은 육체적인 장애가 아닌 새로운 모습의 장애인이 되버린 것은 아닌지...

 오늘 복음에서 ’열려라’라고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떠올리면서 많은 반성을 하게 됩니다.

 

- 2분간 묵상 -

 

 주님이 보시기에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는 저희들이 외적인 모습의 장애인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인격적인 장애를 가진 장애인의 모습으로 비추어지지는 않는지요. 혹시 이런 귀먹은 반벙어리와 같은 저희들의 폐쇄적인 모습을 보시고 한숨을 내쉬고 계시지는 않는지...

 주님, 하느님의 구원을 믿는 저희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해주시고 예수님께서 ’열려라’ 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서로가 드나들 수 있는 마음의 문들을 조금씩은 열어둘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이 모든 말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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