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돔 스콜라(명동성당)연주회 참관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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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건정 | 작성일2000-09-28 | 조회수680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돔 스콜라 연주회 참관기
성가 가족 여러분 깊어가는 가을 밤에 안녕하셨습니까?
지난 9월 27일(수) 저녁 8시 서울 명동대성당에서는 수준 높은 성음악 연주회가 있었다. 즉 돔 스콜라(Dom Schola) 제 3회 정기 연주회인데 명동 대성당 주임이며 서울대교구 성음악 감독인 백남용 신부님이 지휘하셨다.
원래 돔 스콜라의 의미는 교구 소속 음악학교인데 사실상 주교좌 성당의 전문 성가대로 이해하면 된다. 이 성가대는 전문(성악)인 들로 구성된 형식상 8인조 복 중창단이다. 특이한 것은 여성은 소프라노2명 뿐이고 앨토는 카운터 테너 2명이 악보대로 높은 음역을 맡고 테너와 베이스가 있어서 우리나라에서는 독보적인 구성이 아닌가 한다. 레파토리는 주로 우리 교회음악의 자랑이며 재보인 그레고리오 성가와 다성음악을 주로 연주하고 월 1회 성음악 미사(매 월 마지막 토요일 7시)를 봉헌한다.
연주회는 환상적인 환경에서 시작되었다. 우선 명동대성당은 서울에서 성공회대성당과 함께 아까펠라 연주에 이상적인 공간을 가지고 있다. 돔 스콜라는 복4중창이라는 구성임에도 지휘자가 혼신의 노력으로 이끈다. 통상 중창 규모이면 지휘자가 별도로 없는 경우가 흔하다. 게다가 청중의 수준이 높아서 그 흔한 휴대폰 소리는 물론 기침 소리도 없었고 박수를 칠 때와 안 칠 때를 잘 구분하여 노래가 끝날 때의 그 감동적인 잔향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은 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었다. 청중은 거의 차서 약 사,오백명 된것 같으나 문제는 남성이다 맨 여성이고 남성은 약 20% 정도...그나마 중년이고 젊은이들이 적다.
제1부는 그레고리오 성가로 17세기 프랑스 앙리 드 몽의 곡이다. 엊그제 베네딕도 수도회에서 들은 수 십명의 수사님들의 소리와는 또 다른 정교한 소리였다. 멧자 보체(성량을 반 이하로 절제한 ...)로 부른 미사곡은 천상의 소리가 이러할지니....하는 느낌이 든다. 6명의 남성이 먼저 노래하고 반복구와 교창부분을 여성 2명이 가세하여 8명이 부르는데 소리가 이렇게 다르구나....하고 감탄이 절로 나온다. 여성(목소리)은 한 옥타브 높기 때문에 더 잘 들리는데 절제된 발성이 아름답다. 중세때 대가들이 불과 열 댓 명 정도의 직업 성가대로 대곡을 무리없이 연주한것이 이해가 가는 듯 하다.
제2부는 성체성가 모음곡으로 다성음악 7곡을 연주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곡 이므로 작곡자를 소개하면,
A.Gabrieli---Caro mea W.Byrd-------Ave verum J.Handle-----O Salutaris G.Palestrina-O Salutaris " -Lauda Sion " -Ego sum panis vivus M. Vulpius---Herr,ich bin nicht wert
모두 주옥같은 곡 들이다(성음악인에게는, 진주를 못 알아보는 사람도 많다)
위 세 곡은 라틴어로, 네 곡은 우리말로 번역하여 잘- 부른다. 한 마디로 잠시 무아지경에 빠졌었다. 베이스의 중후한 받침, 카운터 테너의 조용한 발성, 테너의 중심적 선율유지, 여성의 고운 음.... 그리고 정확한 피치로 조화된 화성...
매 곡마다 허밍으로 음을 확인하고 시작했지만 역시 인간이라 실수가 있는법... 세 번째 곡은 한 마디 부르다가 음이 틀렸는지 연주를 중단하고 다시 음을잡고 시작하는 용기와 정확성이 돋 보였다(저는 옛 날에 발표회 할때 틀려도 그냥 지나 갔습니다. 이제사 고백컨데 엉터리 지휘 했었습니다).
제 3부는 박래숙 오르가니스트의 성모찬송가(H.Schroerer곡)을 15분간 2층에서 연주.
제 4부는 Palestrina의 Emendemus 미사곡 이였다.
지휘자 백신부님은 한사람 한사람의 표정을 관리하며 직접 노래(대영광송, 신경 선창) 도 하고 합창도 거들었다. 지휘법도 본 받을 바 많고 흔히 보는 지휘 따로, 연주 따로가 아닌 동질성이 유지되었다. 성음악을 매우사랑하시는 백신부님이 날개를 단 듯 하다.
만사 오 케이....
그럼에도 불구하고..전문 성악가들의 연주에 아마추어가 무슨 평을 하리오 마는 몇 번의 첫 박 불일치, 여러번 나오는 라틴어 단어인 발음 miserere가 미세레레 였다가 미제레레 였다가 ..왔다 갔다 한다.
운영면에서 오르간 연주를 들으며 지난 봄 목5동 오르간 과 성가의 밤을 떠 올렸다. 왜냐하면 그 때는 카메라와 대형 화면을 설치하여 청충이 오르가니스트의 모든 연주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연주대가 여러개인 분당요한성당이나 세종문화회관은 앞에서 연주 가능....]
합창은 연주자와 청중이 얼굴을 맞대고(face to face) 즐기는데 오르간은 뒤통수(back to back)를 맞대니 청중은(약 15분간) 갑갑하다. 가사가 없고 곡을 모르니 몇 명이나 듣는 것으로 만족할까?
그리고 합창 연주 무대(stage)가 세 번이였는데 똑 같은 검은 보 타이에 흰 연주복이었다.
한 무대쯤 성가대 까운을 입어 보았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개인 생각이다. 화두를 던져 본다. 합창단인가? 성가대인가?
맺으며...
이 시간에 못 온 분들은 좋은 기회를 놓쳤다고 본다. 지휘자를 연속 6년 이상 하는 분들은 1년쯤 안식년을 갖고 이런 좋은 연주를 찾아다니며 보고 듣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타임 머신을 타고 16세기 로마에 가서 빨레스트리나를 만나뵈웠소...."
가슴에 진한 감동과 부러움을 간직하고 명동성당을 나선 밤은 유난히 별이 아름다웠다.
돔 스콜라의 발전을 기원하며 감사드립니다.
서울에서 김빠뜨리시오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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