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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원(대구)미사참례기
작성자김건정 쪽지 캡슐 작성일2002-03-31 조회수955 추천수8 반대(0) 신고

♬거룩하다 부활이여, 기쁘도다 알렐루-우야!♬

 

성가 가족 여러분, 얼마나 수고 많으셨습니까?  함께 축하하오며....

 

오늘은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대구 관구, 본원)에서 미사 참례한 기쁨과 체험을 나누고자 합니다.

재작년인 2000년 10월 1일,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원 서울 관구(명동)에서 참례한 바 있고 이 번에 모처럼  대구 본원에서 미사참례할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2002년 3월 30일(토) 밤 부활성야 미사...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원은 워낙 큰 수녀회라서 서울과 대구에 분리된 별도의 수녀원으로 독립적으로 운영하지만 한 가족으로서 유대감과 공동체를 이루는 듯 합니다. 대구 수녀원은 성음악에 관하여 전통이 있는 수녀원입니다. 일찍이 1975년에 "새 전례 성가집"을 발간하여 제2차 바타칸 공의회의 이후 약간 혼란스러웠던 전례음악에 "새로운 노래를 주님께 !"를 내 세우며 큰 일을 했습니다.  당시 강청란 수녀님을 비롯하여 여러 분이 편집한 이 성가집은 기존 "정선 가톨릭 성가집"을 보완하고 특히 미사곡을 9벌이나 수록하고 전례시기에 맞게 성가를 편집하는 등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은 기억이 있습니다.  특히 저의 졸저 "교회 전례음악, 초판 1986년"을 집필하면서 당시 "가톨릭 공동체 성가집"과 "새 전례 성가집"이 왜 분리 출판되었는지를 고증해 주시어 좋은 역사 자료로 남았음을 첨언합니다.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원(대구)은 약  5백명의 대 식구인데 각 본당이나 기관에 파견나가고 본원에는 1백여명이 공동체를 이루며 행복하게 사는 집입니다. 은퇴하신 노 수녀님도 있지만 40명 정도의 젊은 수련수녀도 많아 훌륭한 성가대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다른 수녀원과 비슷 하답니다.

 

본론에 들어 갑니다.

 

수녀원은 대구의 가톨릭 성지인 남산동 3동, 얕으막한 언덕 동네에 아름답게 위치하고 있다. 정문 앞은 대구 대교구청과 대 신학교, 그리고 대구 대교구 가톨릭 음악원(김종헌 신부, 김정선수녀)와 대구 가톨릭 대학교 부설 평생교육원 등이 단지를 이루고 있다. 옛 선교사들이 미래를 보고 터를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밤 10시 미사라서 9시 30분에(미리 허락을 받은 터라), 안내담당 수녀를 따라 성당으로 들어 갔다.

이 성당은 한국 진출 100주년(1988년)기념으로 새로 지은 복합 건물이고 초창기 건물은 박물관으로 쓴다고 한다. 들어가 보니 수 십명의 수녀님들이 묵상 중이다. 숨소리도 줄이고 앉아 묵상의 은총에 편승했다. 10시가 되자 모두 성당 현관으로 나가서 빛의 예식을 거행했다.

 

주례사제는 김영환몬시뇰이고 지도신부 등 2명이 공동집전했다. 미사 참례자는 대충 수녀 150 여명과 손님신자 약 60 명으로 약 3백석 정도의 좌석에 여유 있게 앉은 것 같다. 성당 내부는 적 벽돌로 서양식인데 천장이 약 10 미터정도로 높아 음향이 좋다. 서울 관구 수녀원은 현대식(대리석)이었음을 기억한다.

 

행열 후 부활찬송이 있는데 내 일생중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들었다. 원래 사제나 부제가 부르는 장엄하고도 거룩한 노래인데 평신도가 강복(위임)을 받아서 부를 수 있다. 오늘 이 찬송은 수녀가 독창했다. 성악을 전공한 분이라는데, 그래서가 아니고 온갖 정성을 다하여 가사 전달과 그 뜻을 음미하듯 부르는 노래는......글로는 표현 방법이 부족하다......아름다운 노래란 이런 것을 두고 이름할 것이다.

 

말씀전례에 들어가 1,3,5,7 독서가 있었다. 화답송을 노래하는데 오르간으로 전주와 반주를 한다.

제1독서 후 꿈결에 들리 듯, 허밍이 은은하게 나오고 (전자)오르간이 잔잔히 배경음악을 연주하는 가운데 시편 낭송이 있었다.  교회 음악 방송을 듣는 듯 하다.

 

제3독서 후에는 "주님을 찬양하세, 그지 없이 높으신 분"을 시편성가(손상오 신부)를 신나게, 스타캇토로 노래한다. 마치 기병과 보병이 행진하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제5독서 후 독창자가 후렴을 선창하고 회중이 다함께 노래한 후 시편가사를 독창하고 다시 후렴을 제창하는 형태이다. 함께 참여하니 좋다. 음정을 확실하게 도와주기 위하여 후렴제창 후에도 첫음을 오르간으로 미리 잡아주는것도 특이하다.

 

제7독서 후에도 같은 요령...

 

즉 화답송을 음악 형태를 바꾸어 다양하게 찬미한다. 성가대만 분위기를 낸 곡과, 독창자가 회중과 함께 한 양식을 병용한다. 서간 후 알렐루야도 시편성가에 있는 곡을 제창했다. 한 음씩 높여 부르는 묘미가 있다. 화답송 독창자과 알렐루야 선창자는 2층 성가대에서 하는게 아니라 독서대에서 회중을 마주 보며 노래한다. 올 바른 방식이다.

 

대영광송 시작은 주례사제의 "글로리아 인엑스 첼시스 데오(그레고리오 미사곡 제8번, 천사미사곡)선창 후 30초간의 타종과 오르간 주악 후 성가대가 라틴어 미사곡을 노래했다. 성 루이지 공자가 미사곡인데 오래 전에 대구 가톨릭음악원에서 발행한 악보이다. 다성음악인데 동성 2부용으로 쉽고도 아름다운 곡이다. 노래는 CD를 내도 잘 팔릴만큼 아름답다. 분위기는 거룩하다.

 

우리는 "거룩" 하다는 말을 많이 쓰고 듣고하지만  실제로 그 분위기를 느껴 보기가 쉽지는 않다.

본당 미사도 거룩하지만 수도원, 수녀원의 미사에서 더 거룩함을 느낌은 나만의 경험일까?

 

쌍뚜스에 이어 나오는 베네딕뚜스의 2중창도 황홀하다. 고개를 돌려 올려다 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그러면 안되지요...). 천상의 노래가 바로 이런 것이구나..하고 느꼈다.  합창자체는 40 명 규모인데 마치 10 여명의 앙상불이 부르는 것 처럼 조용하고 한 소리이다. 본당 성가대는 어지간 해서는 낼 수 없는 깨끗한 소리이다.

 

봉헌성가, 성체성가, 퇴장성가는 제창으로 129번, 130번, 131번 등을 불렀다.

영성체는 1곡만 부르고 묵상중에 행열한다. 특이한 것은 보통 앞자리 신자부터 영하는데 이 곳은 뒷 자리에서부터 질서 있게 나와서 양형 성체를 한다,  사제가 분배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에 성체와 성혈을 놓아두었고 각자 성체를 한 개 집어서 성혈에 적시어 먹는다 이것도 색다른 체험이다. 나중에 보니 성혈은, 직접 성작을 들고 마셔도 된다(진작 알았더라면 나도 좀 많이 마실텐데?.....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퇴장성가는 3절까지 제창한다. 참 맘에 든다. 아직도 1절만 인색하게 부르고 마는 곳이 적지않은 현실에 역시 전례를 중요시하는 수녀원은 다름을  느꼈다.

 

오늘 , 이 밤은 참으로 거룩하고 이름다운 부활의 밤이 되었다. 이 소중한 여운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

 

다만 전례음악을 연구하는 사람 입장에서 볼 때, 부활초에서 불씨를 당기기 전에, 즉 대영광송 이전에 화답송 때부터 오르간을 사용하는 문제는 오해의 소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서 배출되는 수녀님들이 각 본당 전례담당 수녀로 나가서 행여 성3일에 오르간 연주를 당연시 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안될텐데...하는 생각에서였다. 악기없이는 노래가 어려울 경우에 사용해도 된다는 교회의 가르침(원칙과 예외)을 알고 쓰는것과 모르고 쓰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끝으로 몇 명 안되는 일반신자를 위하여 한 장 짜리 부활성야 미사 안내문을 만들어 보편지향 기도 응답노래, 신앙의 신비여, 주님기도와 환호 악보를 실은 작은 배려가 내겐 크게 보인다.

 

좋은 미사 참례기회를 주신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원(대구 관구)에 감사드립니다.

 

천상의 모후여 기뻐하소-서, 알렐루야!

 

대구 , 경산에서 김빠뜨리시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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