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나에게 힘을 준 한마디 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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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정준영 | 작성일2008-06-01 | 조회수782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나에게 힘을 준 한마디 말
가끔 주보나 성가게시판에 지휘자나 반주자를 초빙하는 글이 올라오면 지휘를 처음 시작하던 9년 전 일이 생각납니다.
저는 성가대에서 노래하는 것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성가대 지휘를 할 꺼 라고는 생각해 본적이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오페라 공연을 하면서 알게 된 어느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자신이 지휘하고 있는 성당에서 지휘자를 찿고 있는데 정 선생이 하면 안되겠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성가대에서 지휘는 해본적도 없고 할 마음도 없다고 말씀 드렸지요.
하지만 계속되는 전화와 만남, 설득으로 저는 지휘를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저를 추천해주신 그 선생님 역시 성가대 지휘경험도 없는 저를 왜 지휘를 하라고 그랬는지 아직도 이해는 안됩니다 ㅎㅎ)
하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정말로 자신이 없었습니다.
우선은 성가대에서 노래만 불렀기 때문에 전례에 대해 확신이 없었습니다.
그저 지휘자가 일어나면 따라 일어나서 노래하고, 앉으면 따라 앉기만 했지 제가 미리 알고 움직였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입니다.
그밖에도 여러 가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니 더 떨리고 하기가 겁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전화해서 못한다고 말할까……”
갈등하고 있는 사이 성당에 성가대를 담당하시는 부 주임 신부님을 뵈러 가자는 연락을 받았고, 저는 혹시 신부님이 성가대 지휘경험이 한번도 없는 서른 두 살의 젊은 사람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셔서 그냥 돌려 보내실 수도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가지고 성당으로 달려갔습니다.
성당마당에서 신부님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신부님은 이름과 세례명 등 궁금하신 이것저것을 물어 보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성가대 지휘는 얼마나 해보셨나요?”
드디어 제가 바라던 질문을 해 주셨습니다.*^^*
“신부님 저는 성가대에서 노래만 불렀지 지휘는 해 본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성당에서 지휘를 해본적이 없는 서른 두 살의 젊은이가 성당 마당에서 이 본당에서 성가대 지휘를 하겠다고 신부님께 드린 말씀입니다.
아마 요즘 같으면 이런 경우 100% 성당에서 지휘를 못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저도 당연히 그럴 꺼 라고 예상을 했었구요.
하지만 제 이야기를 들으신 신부님의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아! 그래요? 그럼 여기서 한 2년 정도 지휘하시면 아마 도사가 될껍니다”
<아니. 이런 황당한 일이………………………………………>
신부님의 말씀을 들은 저는 황당했습니다.
예상 밖의 말을 해 주셨으니 그럴 수 밖에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해볼 만 하겠는걸….” 하는 생각도 잠깐 스쳐 지나갔습니다.
아무튼 저는 몇 주 뒤부터 지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2년이 지나면 성가대에서 도사가 될 수 있다는 신부님 말씀은 틀렸지만 저는 5년 6개월동안 그 본당에서 성가대 지휘자로 있었고 지금도 신부님이 말씀하신 그 <도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며 그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벌써 9년 전 이야기인데도 가끔 그 만남이 생각나서 혼자 웃습니다. 또, 상대방에게 해준 말 한마디가 그 사람에게 힘과 용기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말과 행동이 조심스러워 지기도 합니다.
성가대……………..
우리 모두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곳 입니다.
우리도 성가대 안에서 서로에게 힘과 용기가 되는 한마디 말을 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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