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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유쾌한 클래식: 말러의 8번 천인 교향곡 중 오소서 창조의 영이시여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10-04 조회수1,269 추천수0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19) 말러의 8번 천인 교향곡 중 ‘오소서 창조의 영이시여’


1000인의 목소리, 하나의 악기가 되어

 

 

추석 연휴 동안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에서는 ‘말러와 함께 떠나는 가을 여행’을 특집 방송했다. 호흡이 길고 엄청난 길이의 대작이 많아 평소 전곡을 다 듣기가 부담스러워 한 악장씩밖에 소개하지 못하는 말러의 곡들을 고향을 다녀오는 차 안에서 제대로 들어보자는 뜻이었다. 말러는 유다인으로 태어났지만 오스트리아 빈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8번 교향곡은 바로 말러 자신의 뜨거운 신앙고백이다. 그는 8번 교향곡에 이르러 가장 웅장하고 거대한 작품을 만들었는데 작품명은 ‘천인’이다. 말 그대로 1000명이 연주하고 합창을 하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말러는 7번 교향곡을 끝낸 다음 해인 1906년 6월 매년 작곡을 하러 여름마다 틀어박히는 마이어니히의 호숫가 오두막에서 자신의 창작력이 고갈되지 않을지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오소서 창조의 영이시여’(Veni creator spiritus)라는 환희의 주제가 떠올랐다. 옛 라틴어 찬가인 ‘Veni creator Spiritus’를 가지고 작곡을 했다. 말러는 이때부터 작곡이 술술 풀리는 희열을 느꼈다. 그는 엄청난 에너지와 매우 빠른 속도로 이 대작을 완성했다. 말러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번개가 온몸을 관통하듯 영감이 찾아와 그저 소리를 받아 적기만 했습니다. 이전 내 작품들은 연습일 뿐이었습니다. 이 곡은 내용과 스타일에 있어 종래의 작품과 완전히 다르며 결단코 내 작품 중 가장 위대합니다. 이렇게 열정과 충동에 사로잡혀 열병에 걸리듯 작업하기는 처음입니다.”

 

이 작품은 구성이 독특하다. 1부는 라틴어 찬가인데 소년합창단의 ‘Gloria Patri Domino’(하느님 아버지께 영광을)가 피날레를 이끌어간다. 2부는 ‘영원한 여성이 우리를 이끌어 올리노라!’는 주제를 가진 괴테의 「파우스트」의 마지막 장면이다. 영광의 성모는 공연장 높은 곳에서 신비하게 등장해 단 1분만 노래하지만 2부의 상징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가 있는 교향곡을 최초로 만든 말러는 목소리가 하나의 악기가 되어 마지막에 신비의 합창으로 귀결되게 작곡했다.

 

1000인 교향곡이라는 슬로건 아래 빈, 라이프치히, 뮌헨 등 각지에서 준비 작업이 착착 진행됐다. 또 이 곡을 ‘모든 민족의 선물’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합창단원과 관현악단원들은 국경을 초월해 참여했다. 실로 방대한 규모였다.

 

유럽 최대 클래식 프로젝트는 1910년 9월 뮌헨에서 초연됐다. 유럽의 벨 에포크(Belle epoque, 아름다운 시절) 황혼기에 이 작품은 큰 성공을 거뒀다. 말러의 교향곡 작품 중 초연에서 이렇게 열광적인 호응을 얻은 곡은 8번 교향곡뿐이었다. 공연을 위해 모였던 연주자와 청중뿐만 아니라 당시 뮌헨시 전체가 이 공연으로 극도의 긴장에 휩싸일 정도였다. 말러가 지휘를 하러 무대에 등장하자 모든 청중이 기립하면서 한 예술가에게 최고의 존경을 표현했다. 커튼콜 때도 모든 청중은 무대 앞으로 몰려나와 말러의 초연 성공을 뜨겁게 축하했다.

 

※ QR코드를 스캔하시면 말러의 8번 교향곡 중 ‘오소서 창조의 영이시여’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Kof4e_7cYA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10월 3일, 장일범(발렌티노, 음악평론가, 서울사이버대 성악과 겸임교수,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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