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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톨릭전례음악 발전을 위한 고언
작성자임동순 쪽지 캡슐 작성일2004-05-05 조회수2,445 추천수27 반대(0) 신고

가톨릭 전례음악의 발전을 위한 고언

 

1. 머리 글

 

 동서고금의 제 종교는 각각 독자적인 종교음악을 발전시켰습니다. 음악이 형상(形狀)에 구애되지 않는 음을 소재로 하고 또 논리를 초월하여 직접적인 감동을 준다는 점에서 광의적으로 종교와 그 성격적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원시종교에서는 음악적 행위자체가 바로 종교적 행위였습니다. 동양의 바라문교 힌두교 불교 라마교 등은 각각 고유한 종교음악을 형성하여 왔음은 물론 유교는 예악일치(禮樂一致)의 사상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무속(巫俗)이나 불교에서도 그 예식은 반드시 음악을 동반하여 거행되었습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그리스 로마 등에서도 크게 다르지 아니하며 그들의 종교행사에서도 반드시 음악이 동반되어 연주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역사적으로 종교음악을 가장 중요시 하였던 종교가 바로 그리스도교이며 종교음악은 기독교 음악이라는 등식적 관념을 형성해 온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즉, 음악은 종교의 제 행위와 구분되지 않으며 일체되어 발전되어야 할 역사적 당위성이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종교가 유입되고 정착되었습니다. 정착되고 토착된 종교에서는 나름대로 전례음악을 발전시켜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작금에 이르러 유독 가톨릭의 전례음악이 질적, 양적인 면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음을 이 분야에서 작은 역할로 종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양심적으로 고백하게 되었습니다. 이 부끄러운 고백을 하면서 나름대로 그에 대한 대책을 내어 놓고자 합니다. 이러한 글을 쓰기 위해 그동안 많은 내적 고뇌와 숙고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25년간 본당에서 지도하고 12년간 연구소, 대학교 등에서 연구하고 가르치며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반드시 도움이 될 수 있는 제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과감히 결단하기에 이르렀습니다.

 

2. 몸 글

 

 본당의 성가대는 그 기본이 아마추어의 모임입니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과 전공한 사람이 어우러지는 경우도 있으나 이 경우도 아마추어로 분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본당의 사정상 이는 숙명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나 이들을 지도하는 지휘자와 반주자는 반드시 전례음악(일반음악이 아니라)을 전공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이들 마저 아마추어일 경우 한없는 부진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비록 그들의 열정이 남다르다 할지라도 여러 가지 테크닉과 제반 지식을 익히고 막중한 전례를 훌륭하게 이루어 내기 위해서는 고도의 계획된 교육 프로그램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창의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반면 단원 및 지도자가 그러한 능력이 없거나 그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모든 면에서 답보할 수밖에 없는 것이며 오늘날의 우리의 전례음악 현실에서 증명되고 있는 것입니다. 부족하나마 몇 군데의 연구소 등에서 성음악 강좌를 열고 있지만 학습 기간에서 부족하며 전례음악 전반을 익힌 지도자를 양성하는 데에는 모든 것에서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단원들 역시 엄격한 오디션을 통하여 모집하지 못하고 모든 희망자에게 그 문호를 열고 있는 것 역시 지휘자의 전문성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입니다. 성가대를 본당의 제 단체와 동일 시 하는데 따른 부작용으로 음악성과 그에 관한 열의 보다는 광의적으로 신앙심을 그 기준으로 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며 성가대의 진정한 발전에 저해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단원의 자질과 열의는 전례음악의 발전에 큰 축으로 작용하며 지휘자, 반주자의 전문성과 함께 전례음악의 발전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학 혹은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심지어 외국에 유학을 한 인재에게는 더욱 어려운 현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즉, 그들의 보수가 그야말로 턱없이 낮은 금액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공부하기 위해 지불한 수업료와 시간 그리고 열정 등에 비하면 전례음악에 종사하여 얻은 물질적 대가는 거의 없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오르가니스트의 경우 성당에서 한 달 간 종사하여 받는 수입이 3-40만원(유학을 다녀온 경우에도) 내외입니다. 지휘자 역시 5-60만원이 전부입니다. 더욱이 그러한 [자리] 조차도 전례음악이 아닌 일반 음악 전공자들이 전례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와 숙련 없이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 입지가 좁은 것입니다. 따라서 이들은 생계를 위해 다른 직업에 종사하게 되고 그 전문성을 잃어가게 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전례음악을 전공하려 하는 젊은 인재가 없는 것이 더욱 심각한 것입니다. 어느 부모가 월수입 5-60만원을 위해 자식을 전례음악인으로 키우고자 하겠습니까? 아무리 신앙심이 깊은 부모라 할지라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어느 분야에서나 전문가가 있어야 합니다. 교회 내에서 성직자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겸직할 수는 없으며 현실적으로 불가능 한 일일 것입니다. 어려서부터 그 분야의 인재로 키우기 위해 교회는 합당한 단계적 교육제도와 훌륭한 도전자가 넘쳐 나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합니다. 세속의 교육기관에서는 이를 대체할 교육이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순수한 아마추어의 층도 풍성하게 형성되어야 합니다. 이들이 가하는 비판과 동조에 의해 전례음악 예술이 건강해지고 풍부하게 발전해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전문가로부터 아마추어, 그리고 이 분야를 지망하고자 하는 유능하고 젊은 인재들 그리고 이 모든 계층을 합리적으로 보조해주는 성직자가 함께 어우러져야 비로소 그 분야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전문가의 육성 및 생산이 근원적으로 봉쇄되어 있으며 전문인의 처우가 형편없어 제2의 직업으로 전락되고 그 자리를 아마추어가 대신 종사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전례음악의 깊은 발전은 있을 수 없으며 가톨릭의 전례음악이 참담하게 붕괴되어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다음의 몇 가지 대책을 제시해 보고자 합니다.

 

 (1) 전문인으로 하여금 전례음악을 효과적으로 담당하게 하기위해 본당 내 기초예술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어야 하며 상응하는 비용을 투자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한 가족(4인)의 최저 생계비 이상의 보수로 현실화해야 합니다. 물론 그에 따르는 근무일수와 합당한 책임과 의무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대도시의 본당에서 우선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소규모의 본당 중 사정이 여의치 않아 그것이 어려우면 전례음악발전 기금을 마련하여 이를 보조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정부에서도 부족하지만 세금 중 일부를 문화 예술 기금으로 마련하여 제 단체 혹은 개인을 보조하고 있으며 매년 그 규모를 늘려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 방법이 어떻든 간에 전례음악기금은 차제에 반드시 실현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본당에서는 저렴한 아마추어 봉사자의 고용에 대한 유혹을 뿌리쳐야 합니다.

 

 (2) 성가대의 단원은 반드시 엄격한 오디션을 거쳐 모집을 해야 합니다. 본당내의 막중한 전례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클럽이나 구락부 식의 운영은 근절 되어야 합니다. 오로지 전례음악에 종사하는 것에 만족하며 그로써 하느님의 자녀 됨을 증거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할 것입니다. 단원들이 쓸데없는 잡기나 음주 가무에 관심을 쏟는다면 전례음악의 수행은 실패할 것입니다. 또한 단원의 교육은 그 어떤 것 보다 중요한 것입니다. 주중연습만으로는 모든 것에 있어서 부족합니다. 따라서 교회의 권고에 따라 각 본당 내 음악학교(scola cantorum)를 설치하여 지휘자와 그 보조자로 하여금 정해진 기간동안 철저한 교육(발성, 시청각, 전례 및 제 이론 등)을 시행하도록 하고 이를 통과한 단원에게 단원의 자격을 부여하여 성스러운 성가의 봉사 직에 참여하는 영광을 누리게 해야 합니다. 아울러 본당에서는 전례음악을 위한 인프라(연습실, 성가대석, 오르간, 문헌(악보) 등 제 시설)를 현대화해야 할 것입니다.

 

 (3) 대학(원)에서의 교육에 있어서 전례음악의 분야 매우 복잡한 체계로 되어 있으며 서로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대체로 지휘, 작곡, 오르간, 이론의 분야로 나뉘어져 있는 지금의 교육체계는 매우 합리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휘전공은 대체로 성가대 지휘를 목표로 합니다. 성가대를 지휘하기 위해서는 지휘법은 물론이고 전례, 합창, 성악발성, 정격 편곡 및 창작, 오르간 연주, 전례음악문헌(그레고리오성가 포함) 등 제 이론에 정통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들의 분야는 오랜 기간의 경험을 통해 습득되어야 함은 물론입니다. 따라서 각 전공에 따라 공통된 과목, 즉, 지휘실기, 다양한 전례실기, 성악발성습득, 작-편곡법실기(컴퓨터음악포함), 오르간실기, 합창실기 등을 이수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들 공통과목을 철저히 이수하고 각각의 전공분야를 연구한다면 본당내의 제반 성음악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배양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가대 성심교정에서와 같이 대학원 중심의 교육시스템으로는 그와 같은 결과를 얻기가 어렵습니다. 2-3년의 짧은 기간 동안에 일반 음악과와 공통과목을 공유하여 교육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면에서 일반음악과 전례음악은 다르기 때문에 효과적이지 못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독자적인 전례음악전공의 학부를 개설해야만 합니다. 학부 4년간 위에서 제시한 공통과목의 실기를 심도 있게 다루고 대학원에서 각자의 전공을 2-3년간 연구한다면 좋을 것입니다. 물론 본당 내의 보수가 현실화 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겠습니다.

 

 

 (4) 기간시설이 시급히 확보해야 합니다. 서울 대교구를 포함하여 여러 교구에서 전례음악을 폭 넓게 연구할 수 있는 도서관이 우선적으로 건립되어야 합니다. 그동안 제가 겪은 참고문헌의 어려움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입니다. 세계 방방곡곡의 웹사이트, 대학 도서관을 검색하고 자비로 구입하는 등 시간적 비용적 부담을 개개인이 해야 합니다. 이는 노력과 비용의 중복이며 비효율적인 일입니다. 도서관을 건립하여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준다면 학문적 발전의 진척은 눈부실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고 있습니다. 아울러 전례음악 박물관, e-도서관 등도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5) 한국가톨릭전례음악학회(가칭)가 하루빨리 결성되어야 합니다. 학회의 유용성은 이미 모든 분야의 학문에서 증명되고 있는바 학문에 대한 여과의 기능과 기성 전문가로서 발돋움 할 수 있는 장이 되는 것입니다. 각 교구별로 중복연구를 방지할 수 있고 학문의 지역적 편협성을 해소할 수 있으며 학문의 질적 향상을 위한 비판적 장치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지역별로 동호회나 연구소의 형태로 이미 운영되고 있는 시스템이 있으므로 이를 통합하는 학회의 구성은 가능하다고 봅니다. 통합적 학회는 각 분과를 가지고 운용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즉, 지휘 분과, 작곡 분과, 오르간 분과, 연주 분과, 이론 분과 등 각각의분과별 발전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전국적 규모의 연구와 정보 공유 등이 가능해 질 것입니다. 각 교구별 지역적 특성으로 인하여 추구하는 학문의 성격이 다를 수 있지만 이 또한 학자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비판되고 검증되어야 할 것입니다. 더욱 깊고 넓은 학문적 성취를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맺는 글

 

 (1) 종교는 음악을 태동시키고 발전시킨 모태이지만 동시에 음악의 소비자입니다. 소비자로서 마땅히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기초 예술이 무너지고 고갈된다면 그를 토대로 발전해야할 응용예술은 얼마 가지 못해 고사될 것입니다. 일부 독지가들에 의해 겨우 연구되어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전례음악을 살리기 위해 지금부터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다방면에서 다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특히 현재 성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전례음악에 종사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를 먼저 실천해야 합니다. (2) 성직자도 종교음악을 사목적, 교리적, 시혜적 차원에서 이해하거나 다루어서는 안 됩니다. 본당내의 전례를 보좌하는 데에서 그러한 범주에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당, 나아가서는 교구 내에서 기초 문화 예술들이 자유롭고 풍요롭게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시스템에 대해 고민하여 주시고 아울러 그들의 든든한 신앙의 밑거름이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전례와 성음악이 올바른 관계 속에서 지속적이고 확고하게 발전해 나아갈 수 있도록 정신적으로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즉, 간섭과 주도로부터 온화한 협조자 그리고 그들의 영적 지도자로 존재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3) 나아가서 전례음악에 종사하고 있는 신자들은 단지 취미생활의 연장에서 전례음악을 영위하지 말아야 합니다. 신자로서의 충실한 의무를 다함과 동시에 막중한 전례의 거룩한 동반자로서 그 특수한 신분에 합당한 노력과 고민을 해야 합니다. 성가대에서 봉사하기 위하여 많은 교육과 훈련이 수반되어야 함을 이해하고 순명하며 실천해야 합니다. 기쁜 마음으로 창의적이고 능동적으로 주어진 시간동안 종교 예술가의 경지를 지향해 가야 합니다.

 

(에필로그)

 

 70년대 후반부터 오로지 가톨릭에서만 지휘자로, 작곡가로, 교육자로 살아오면서 참으로 많은 회한과 고뇌 그리고 빈곤을 겪었습니다. 다른 직업에 종사할 것도 심각하게 고민하였지만 용기가 없었는지 아직 이 분야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저의 생에서는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저의 후배나 후손에게는 꼭 좋은 여건을 물려주고 싶었습니다. 개인적인 사연이지만 제가 지도하였고 지도하고 있는 대학원 제자들에게도 좋은 직장을 얻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나아가서 일할 본당의 현실은 암담합니다. 교회 내의 창작여건도 황폐화 되었으며 본당 성가대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방황하고 있습니다. 부디 성음악을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이 합심하시여 이 난국을 바로잡아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장문의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4. 5. 5. 성모성월과 가정의 달에

임   동   순(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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