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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아가: 탈신화적 특성과 구조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0-07-26 조회수2,981 추천수1

[김혜윤 수녀의 성서말씀나누기] 아가 (6) : 탈신화적 특성과 구조

 

 

진정 이웃을 사랑한다면 짜증내지 않는 연습부터

 

고도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랑만큼 이윤을 창출하는데 혁혁한 공헌을 해온 상품도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지면에서도 사랑에 대한 인상적인 광고를 인용한 적이 있지만, 아름다운 영상을 통해 사랑의 본질을 깨우쳐주는 작업이라면 삶의 질 향상에 고무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사랑에 대한 신화와 환상을 지나치게 상품화하다보면 사랑의 실체와 진정한 가치는 왜곡된 채, 그 신화적 허구에만 몰두하는 모순을 낳기도 한다. 진실로 사랑이 무엇인지는 살지 않으면서 신데렐라의 꿈과 허상에 중독되게 하고, 그러다보니 나와 어울리지 않는 삶, 지치고 실망스런 현실, 누구에게나 부담을 주는 표정만을 주변에 남기게 되기 때문이다.

 

신데렐라의 꿈은 그저 꿈일 뿐, 꿈만으로 현실을 살아가고자할 때, 현실은 치명적 박탈과 상실감에 상처를 입게 된다. 사랑의 신화적 표상을 거두어낸, 「탈신화적 표현」은 아가가 가지는 중요한 의미 중의 하나이다. 이번 주에는 이 특성을 살펴보기로 한다.

 

 

탈신화적 입장

 

아가는 고대 근동문화의 영향을 많이 담고 있다. 풍부하고 수려한 어휘 가운데 대거 등장하는, 근동 세계에서만 볼 수 있는 식물, 향료, 향수의 이름들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근동 문화와의 관련성에도 불구하고 아가를 여타의 고대문학과 구별시키는 특성이 있으니 바로 「탈신화적 표상」이다. 고대 근동의 문명과 신화들은 남신과 여신 두 존재가 종교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세상의 모든 원리가 질서 지어진다고 보았고, 따라서 사랑의 기능 역시 신화적 표상아래 이해하여 다산(多産)을 비는 제의와 신화를 대중화시켰다.

 

그러나 아가는 사랑을, 하느님께서 상호보완적으로 창조하신 두 창조물 사이의 갈망과 결합으로 표현함으로써 당시 만연되어있던 신화적 표상을 철저히 현상적이고 실제적인 것으로 극복하고 있다. 즉, 신화를 통해서만 이해하고자 했던 성(性)과 사랑을 탈신화적으로 묘사하여, 이를 인간 삶의 보편적 현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학계는 이러한 아가의 탈신화적 입장을, 성을 신성화하거나 또는 신을 성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에 동의할 수 없었던 구약성서적 전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구성

 

아가는 8개의 장으로 구성되어있는 짧은 책이다. 그러나 내용이 빈번히 반복되고 있고, 스토리의 연결이나 구체적 상황설명이 부재하고 있어서, 구성상의 결핍이 확연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이는 아가서가 민속 시가들의 단순한 조합이지, 엄밀한 의미에서의 순수 문예작품은 아님을 다시금 확인시켜준다. 아가의 구조를 명확히 규명하기란 어렵지만, 전체적 윤곽 파악을 위해 그 구조만을 제시하자면 다음과 같다.

 

1) 1, 1~4(서곡) - 애인을 그리워하는 여주인공의 갈망; 2) 1, 5~2, 7(첫번째 시) - 애인을 찾아 나서는 여인; 3) 2, 8~17(두번째 시) - 구혼시절을 회상하는 여인; 4) 3, 1~5, 1(세번째 시) - 결혼식 장면; 5) 5, 2~6, 3(네번째 시) - 이별의 악몽과 다시 애인을 찾아 나서는 여인; 6) 6, 4~8, 4(다섯번째 시) - 남자 주인공이 찬미하는 여인의 아름다움; 7) 8, 5~7(마지막 시) - 사랑의 영원성; 8) 8, 8~14(부록).

 

 

불평없는 사랑

 

얼마전 마르타와 마리아의 이야기를 다시 읽으면서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지,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랑은 「불평이 없는 것」이어야 한다. 즉, 사랑한다면 그 어떤 것도 불평이나 서운함의 조건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예수께 동생에 대한 불평을 토로하기에 바빴던 마르타는 그러므로, 동생에 대한 사랑도 스승에 대한 사랑도, 아직은 진정한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던 거였다. 예수님을 위해 정신없이 분주한 그녀였지만, 정작 그 과정이 짜증과 불평으로 가득차 있다면 그건 분명 그를 위한 배려도, 진실도, 아니기 때문이다.

 

마르타의 열성, 그건 어쩌면 사랑이라는 신화의 언저리에서 서성거린, 아직은 미성숙하고 불안한 감정의 발산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추석 명절, 주부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다고 하지만,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이 불평과 짜증의 대상이었다면, 그동안 고백해왔던 내 사랑이 진정한 것이었는지를….

 

삶으로 실천되고 사심없이 승화된 사랑은 조용하고 다정한 얼굴을 가졌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 기억으로는….

 

[가톨릭신문, 2004년 10월 10일, 김혜윤 수녀(미리내 성모성심수녀회, 광주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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