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상징] (110) 부활 : 죽음을 이긴 승리, 새로운 출발 - '부활'(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작, 1463년) 구약성경에 보면 요셉이 이집트로 팔려간 후 총리가 됐을 때, 이스라엘에는 극심한 가뭄이 든다. 그래서 야곱의 아들들은 이집트로 식량을 구하러 가는데, 형들을 알아본 요셉은 형들에게 정탐꾼 누명을 씌워 막내 동생 벤야민을 데려오라고 시메온을 인질로 잡아둔다. 야곱은 아들을 찾으려고 벤야민을 보내면서 귀한 예물도 함께 보내는데, 여기에 편도가 있었다(창세 43,11). 편도는 아몬드로, 그때까지만 해도 이집트에는 없던 귀한 과일이다. 편도는 봄의 선구자로서 겨울을 지내며 앙상하게 남은 나뭇가지에서 갑자기 꽃이 활짝 피어난다. 그래서 유럽 사람들은 편도나무를 죽음을 면하게 했던 거룩한 나무이자 부활을 상징하는 나무로 생각했다. 세례 때 입는 흰옷은 부활을 상징한다. 초대교회 때부터 흰옷을 입은 것은 흰옷이 부활의 기쁨과 다시 태어남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부활절을 준비하며 만들었던 부활 달걀도 부활을 상징한다. 달걀은 모든 문화권에서 생명과 다산(多産), 봄, 풍요, 특히 보이지 않는 생명을 상징한다. 달걀은 겉으로 봐서는 죽은 듯이 보이지만 생명이 깃들어 있어 언젠가는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다. 그래서 새로운 생명의 기원인 부활과 연관을 맺어왔던 것이다. 또 알을 깨고 새 생명이 탄생하는 달걀은 주님께서 부활하신 돌무덤에 비유되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자연스럽게 부활 달걀의 풍습이 생겨났던 것이다. 중세기 유럽에서는 부활절을 기념하며 여러 가지 모양의 빵과 과자를 만들었다. 이때 양, 닭, 토끼 등 동물을 소재로 만들어진 것을 신자들이 성당으로 가져와 부활 음식과 함께 축복을 받았다. 양고기를 먹던 옛 관습에서 양의 모양은 '하느님의 어린 양'을 상징했고, 토끼는 눈을 뜨고 자는 동물이라고 해서 죽음의 잠을 이기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의미했다. 부활은 다니엘 예언자가 예언했듯이 죽음에서 깨어남을 상징한다. "또 땅 먼지 속에 잠든 사람들 가운데에서 많은 이가 깨어나 어떤 이들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어떤 이들은 수치를, 영원한 치욕을 받으리라"(다니 12,2). 또 부활은 죽음을 이기고 승리한 것을 상징한다(2열왕 4,18-37). 신약성경에서 부활은 일차적으로 새로운 출발이란 이미지를 갖는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때도 시작을 알리는 이른 아침이다. "그리고 주간 첫날 매우 이른 아침, 해가 떠오를 무렵에 무덤으로 갔다"(마르 16,2). 예수님 부활의 최고 상징은 의심할 나위 없이 무덤 입구에서 굴려진 바윗돌이다. "주간 첫날 새벽 일찍이 그 여자들은 준비한 향료를 가지고 무덤으로 갔다. 그런데 그들이 보니 무덤에서 돌이 이미 굴려져 있었다. 그래서 안으로 들어가 보니 주 예수님의 시신이 없었다"(루카 24,1-3).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삶과 죽음을 관장하신다. "주님은 죽이기도 살리기도 하시는 분, 저승에 내리기도 올리기도 하신다"(1사무 2,6). 그렇기에 예수님 부활은 예수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일으키신 라자로(요한 11장)의 재생(再生)과는 다르다. 예수님께서는 결코 다시 죽지 않는 완전한 생명으로 우리 안에 살아나신 것이기 때문이다. "거룩한 영으로는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부활하시어, 힘을 지니신 하느님의 아드님으로 확인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로마 1,4). [평화신문, 2011년 3월 27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