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상징] (116) 이혼 : 하느님이 싫어하는 행위 - 해 질 녘 들판에서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부부를 그린 '만종'(밀레 작, 1857년)은 따스한 부부 사랑을 느끼게 해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우리나라 이혼율이 가장 높다고 한다. 정서적 이혼율까지 포함한다면 전 세계 최고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이혼사유에 대한 통계청 자료를 보면 부부 간 성격차이, 경제문제, 가족 간 불화 및 자기중심적 삶의 지향 등 가치관 변화가 이혼율 증가의 원인임을 알 수 있다. 그 가운데 성격차이가 이혼사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결혼을 앞둔 사람들이 배우자를 선택하는 중요한 조건으로 가장 많이 꼽는 것이 바로 성격이다. 결혼을 결심하는 중요 조건도 성격이고, 이혼하는 가장 큰 이유도 성격이라니 인간 삶은 참으로 모를 일이다. 구약성경은 부부 사이 사랑과 정절을 강조할 뿐만 아니라(잠언 5,15-19) 이혼을 하느님이 싫어하는 행위로 표현한다(말라 2,16). 일반적으로 이스라엘인들은 가정을 중시해 이혼이 실제로 이뤄지는 것은 매우 드물었다. 성경에서는 이혼사유를 여자가 추한 일을 행했을 경우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후 유다인 사회에서는 추한 일의 범위에 대한 논쟁이 계속됐고, 남자에게 유리하게 해석됐다. "어떤 남자가 여자를 맞아들여 혼인하였는데, 그 여자에게서 추한 것이 드러나 눈에 들지 않을 경우, 이혼 증서를 써서 손에 쥐어 주고 자기 집에서 내보낼 수 있다"(신명 24,1). 이스라엘에서 부부가 갈라지는 것이 허락됐지만 이혼할 수 있는 주도권은 남편에게만 있었다(집회 7,26). 이혼사유가 있는 아내를 내보낼 때 먼저 남편이 부부 인연을 끊음을 선언하고(호세 2,4), 남편은 아내에게 이혼장을 써줬다(이사 50,1). 이혼을 당해 내쫓긴 여자는 이혼장이 있어야 다른 남자와 혼인할 수 있었다. 본래 성경에서 언급한 이혼규정은 약자인 여성을 보호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점차 남자들 권리를 행사하는 편리한 도구로 변질됐다. 그래서 간단히 이혼장만 써주면 남편은 자기의 아내를 내쫓을 수가 있었다. 신약성경에서 예수님께서는 이혼에 대해 엄격하게 가르치신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불륜을 저지른 경우를 제외하고 아내를 버리는 자는 누구나 그 여자가 간음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 버림받은 여자와 혼인하는 자도 간음하는 것이다"(마태 5,32). 이혼하지 말라는 예수님 말씀은 인간의 근본적 존엄성에 대한 가르침이었다. 예수님은 결혼의 인격적 결합을 강조하신 것이다. 그래서 결혼이란 단순히 남녀의 인간적 선택과 행동을 넘어선 거룩한 행위임을 늘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그들은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태 19,6). [평화신문, 2011년 5월 22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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