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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탈출기: 주님의 영광이 성막에 가득 차 있었다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1-08-26 조회수4,224 추천수1

말씀과 함께 걷는다 : 탈출기 - 주님의 영광이 성막에 가득 차 있었다

 

 

미국의 어느 신학교 성당을 구경하는데 

구약의 성막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별히 천정은 꾸밈이 전혀 없는 단순한 사각형이었는데 

유독 타일 하나가 거꾸로 박혀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 계시는 하늘 성전을 

인간이 아무리 잘 모방해도 결코 완전할 수 없기에, 

건축가는 자신과 인간의 불완전함을 스스로 인정하듯

마지막 타일을 일부러 거꾸로 박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모형은 실제로 존재하는 어떤 물체를 모방해서 만든 것입니다. 

그러나 지상의 성막은 하늘 성소의 모상이며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히브리서(8,1-5 참조)는 밝히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광야에 머무르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시나이 산에서 맺은 당신과의 계약을 지키도록 ‘움직이는 시나이 산-성소’를 만들라고 일러 주십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성막을 짓기 위한 예물을 스스로 봉헌하고, 모세는 주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행합니다. 성경이 제시하는 수치대로 만든 모형 사진을 보면서 25-31장을 읽으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성소의 성물을 순금으로 만들라고 이르십니다. 고대에 순금은 가장 귀한 금속으로 물건의 순수성과 귀함을 나타냈습니다. 계약 궤는 이동을 고려하여 거룩한 것에 손이 직접 닿지 않도록 고리에 채를 끼워 들도록 합니다. 계약 궤를 덮는 덮개는 ‘속죄판(카포렛kapporet)’이라고 부릅니다. 이것을 후대에 죄의 위험성과 위력을 막는 덮개로 이해하여 흔히 ‘화해의 자리’, ‘자비의 옥좌’라고 옮겼습니다. 대사제는 온 국민이 죄를 벗는 속죄일에 희생 제물의 피를 속죄판 위에 뿌려 주님께 용서를 구하고 화해를 이루는 의식을 치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금으로 커룹 둘을 만들라고 지시하시는데, 학자들은 결코 본 적이 없는 커룹의 어원을 아카드어 ‘쿠리부(kuribu)’와 연결 짓습니다. 쿠리부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신전과 궁전 입구에 놓여 있던 인간-동물-새의 복합 형상물로 인간과 신 사이를 중재하며 인간을 보호하는 영적 존재로 여겼습니다. 날개를 가진 반인반수 모습의 커룹은 하느님의 옥좌를 나르고 그분의 현존을 표현하며 계약의 돌 판을 지키는 천상 존재입니다.

 

성막에서는 계약 궤가 가장 신성합니다. 계약 궤 자체가 하느님의 자리일 뿐 아니라 그 안에 하느님과의 계약 사항을 적은 증언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계약 궤는 하느님의 함께 계심, 보호, 속죄를 나타내는 상징이자 표시로 가장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나아가 다윗 임금은 이 궤를 새로 정복한 예루살렘으로 옮겨, 하느님께서 다윗 왕조와 예루살렘을 공인하셨다는 정치적 상징으로 사용합니다.

 

에폿은 하느님께 경신례를 드릴 때와 신탁을 받을 때 사제가 입는 특별한 옷입니다. 특히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이름을 새긴 마노 보석 두 개를 에폿 양쪽 멜빵에 달아, 이스라엘 백성을 대표하여 경신례를 행한다는 뜻을 드러냈습니다. 가슴받이에도 열두 지파의 이름을 새긴 보석 열두 개를 박아 사제의 대표성을 드러내고, 하느님에게 이스라엘을 상기시켰습니다.

 

29,18 “이렇게 그 숫양을 송두리째 제단 위에서 살라 연기로 바쳐라. 20 그런 다음, 그 숫양을 잡아 그 피를 얼마쯤 받아서 아론의 오른쪽 귓불과 그 아들들의 오른쪽 귓불, 그들의 오른손 엄지와 오른발 엄지에 발라라. 그리고 나머지 피는 제단을 돌면서 거기에 뿌려라.”

 

신과 인간을 중재하는 대사제의 직무가 중요하기에, 사제 임직식은 숫양 한 마리를 몽땅 태워 번제물로 봉헌합니다. 번제는 하느님에게서 받은 모든 것을 다시 하느님께 돌려 드리는 의미로 아무것도 남기지 않습니다. 사제 임직식 때 제물의 피를 사제의 오른쪽 귓불과 오른손 엄지와 오른발 엄지에 바르는데, 이로써 몸 전체(머리에서 발끝까지)가 거룩하게 된다고 여겼습니다. 이렇듯 사제와 제단을 끊임없이 정화하고 성별하는 것은 모든 죄와 부정을 씻어야 거룩하신 하느님을 온전히 모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성서와함께, 2010년 2월호, 배미향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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