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궁금증] (12) 모세 오경은 모세가 썼나요
모세의 전승을 토대로 기록
- 교회는 모세에서부터 전해오는 전승을 토대로 기록됐다는 뜻에서 모세오경의 저자를 모세로 본다. 그림은 미켈란젤로가 제작한 모세 대리석상(1515년).
모세오경은 창세기와 탈출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다섯 권을 말한다. 전통적으로 모세가 이 다섯 권의 저자라고 알려져 있다. 유다인들은 모세오경을 토라(Torah)라고 부른다. 히브리어로 토라는 지시, 또는 '인도하다, 길을 가리키다'를 뜻한다.
이 토라를 칠십인역(七十人譯/구약성경의 그리스어 번역본 중 가장 오래된 번역본)에서는 법으로 번역한 까닭에, 이 부분을 율법서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는 성경의 주요 법률 대부분이 토라에 수록돼 있어 이스라엘 민족의 의무사항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율법서라는 말은 지나치게 법률을 강조하는 인상을 주기에 토라의 참뜻을 전달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모세오경은 법보다는 가르침과 지침을 함께 전하고 있다.
유다인들은 토라의 기록을 비슷한 길이로 구분해 두루마리 다섯 개에 나눠 기록하고 보관했다. 그래서 오경이라는 책 이름이 나왔다. 오경의 어원은 희랍어로 펜테터이코스인데, 펜타(penta : 다섯을 뜻함)와 테우케(Teuche : 도구, 또는 글을 쓴 두루마리를 넣어두는 상자)가 합쳐진 말이다. 창세기, 탈출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를 각각 5개의 두루마리로 나눠 5개의 항아리 같은 상자에 보존했다는 데에서 펜테터이코스라는 명칭이 유래한 것이다.
유다인들은 책의 첫머리가 시작되는 단어로 오경의 각 권을 불렀다. 그러나 그리스어 번역본인 칠십인역에서는 각 권의 내용을 표현할 수 있는 명칭을 창안했다. 후대 번역본들도 칠십인역의 명칭을 따라 창세기(시작, 기원의 뜻), 탈출기(출발, 탈출의 의미), 레위기(레위인들에 관한 규정), 민수기(인구조사 및 숫자가 많이 취급됨), 신명기(제2의 율법이란 뜻)라 했다.
구약성경에서 모세오경은 신약성경에서 복음서와도 같다. 모세오경 전체는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약속한 땅으로 인도하시는 구원계획 기록이다.
모세오경에 모세를 붙여 부르는 이유는, 모세가 이 오경의 저자라 믿는 데에 기인한다. 실제 어떤 종류의 법이나 일부는 모세가 기록했다. "모세는 주님의 모든 말씀을 기록하였다. 그는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산기슭에 제단을 쌓고,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에 따라 기념 기둥 열둘을 세웠다"(탈출 24,4).
성경에서는 한 번도 오경이 모세가 기록한 것이라고 언급하지 않았지만, 기원후 1세기 알렉산드리아 필로나 플라비우스 요셉, 그리고 그리스도교 교회는 모세가 오경을 기록한 것으로 전했다. 그러나 후대 학자들은 모세가 직접 썼다는 것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모세가 오경을 다 썼다는 것이나, 모세오경이 모세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하는 것은 모두 극단적 주장이다. 그래서 교황청 성경위원회와 많은 가톨릭 학자들은, 오경은 모세가 직접 다 기록한 것이 아니라 모세에서부터 전해오는 전승(예컨대 십계명)을 토대로 기록됐다는 뜻에서 모세를 저자로 본다.
[평화신문, 2011년 11월 13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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