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궁금증] (20) 성경에서 문학 유형 이해가 왜 중요한가
진정한 메시지 올바로 알기 위해
- 17세기 교회는 성경 말씀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천동설을 주장했다. 그림은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가 종교재판을 받고 있는 모습.
1616년 교회가 '지구는 돈다'고 주장한 코페르니쿠스를 단죄할 때 다음 성경구절을 근거로 제시했다. "주님께서 아모리족을 이스라엘 자손들 앞으로 넘겨주시던 날, 여호수아가 주님께 아뢰었다. 그는 이스라엘이 보는 앞에서 외쳤다. '해야, 기브온 위에, 달아, 아얄론 골짜기 위에 그대로 서 있어라'"(여호 10,12).
당시 교회는 성경 말씀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지구를 중심으로 해와 달이 돈다고 믿었던 것이다. 물론 이후 교회는 지동설을 단죄한 것에 대해 잘못을 인정했다.
성경, 특히 구약의 많은 문장들은 여러 가지 표현양식으로 기록됐다. 그렇기에 우리가 성경의 글들을 올바로 이해하고 해석하려면 글의 문학 유형을 올바로 알아야만 한다. 이는 시와 소설, 논문, 보고서 등의 글이 서로 다른 특성을 가졌기에 각각의 글들이 가진 문학 유형을 제대로 알아야만 그 글들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성경은 2000~3000년 전 오늘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기록된 책이다. 그렇기에 이 글들을 오늘날의 시선과 사고방식으로 이해하면 그 뜻을 잘못 이해할 수 있다. 또 성경은 사건 현장에서 보고, 듣고, 체험한 사실을 기록한 것이 아니다. 이미 수많은 세월이 흐른 후 자신들이 서 있는 현재 위치에서 조상들에게서 전해 내려온 창세기 사건을 되돌아보면서 기록한 것이다.
또 창세기와 모세오경은 일종의 회고에 의한 신앙체험 고백 이야기를 당시 민담과 설화 형식을 빌어서 기록한 것이다. 모세오경 내용은 이스라엘 민족이 하나의 민족으로 등장하는 초기에 겪은 역사적ㆍ종교적 체험을 확고한 기반으로 한다. 역사적 사건이 먼저 있었고, 후대에 구전과 기록으로 자신들의 체험을 전달하려 했다.
이스라엘 민족이 성경을 기록할 때 사용한 사료들은 긴 구전 전승 과정을 거치면서 지역, 사건, 인물에 따라 내용이 추가되기도 하고 빠지기도 했으며, 때로는 해설을 덧붙이는 등 여러 가지 변화를 겪었다. 저자들은 이런 전승 사료들에 다시 지역, 사건, 인물에 따라 기원적 의미를 덧붙였고, 그 시대에 쓰이던 문학 방식을 이용해 자신들 신앙을 고백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느님 영감을 받은 성경 저자가 역사적 진리를 토대로 한 인물, 사건, 이야기를 자기 시대와 연관지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성경에서 역사적 진리를 발견하는 가운데, 늘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만날 수 있다.
또 성경의 모든 문학 유형은 보편적 인간 가치를 알려주고 있으며, 성경 속 이야기들은 민담, 설화 형식을 이용해 하느님과 그 앞에 선 인간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성경의 문학 유형을 제대로 이해함으로써 그 안에 담겨 있는 의미와 전달하고자 하는 진정한 메시지를 알아야 할 것이다.
[평화신문, 2012년 1월 15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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