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과 교회 - 성경 첫걸음] 성경이란 무엇인가
“어느 날 그레고리오 대교황(540?-604)이 자신의 친구이며 황제의 의사인 테오도로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습니다. ‘… 만약 황제가 그대에게 편지를 썼다고 해 보세. 편지를 다 읽기 전에 그냥 휴지통에 넣을 만한 용기가 있는가? 절대 그러지 않을 걸세. 자, 하느님께서 우리의 구원을 위해 우리에게 직접 사랑의 편지를 쓰셨네. 영원을 향해 좀 더 열렬한 갈망을 가지기 위하여, 하느님의 말씀에서 그분의 마음을 알아가는 법을 배우도록 하게’”(조르지오 제비니, 《성경, 사랑의 편지》, 5쪽).
성경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내신 사랑의 편지입니다. 우리를 손수 빚어 만드신 창조주이며 아버지이신 하느님께서 고유한 인격체인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사랑을 가득 담아 보내신 가슴 설레는 러브레터라고 할 수 있죠. 우리는 성경을 읽고 기도하면서 우리의 존재와 인생 전체를 어루만지며 다가오시는 하느님을 만납니다. 성경에서 속삭이시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잘 알아듣기 위해 성경에 대해 차근차근 알아봅니다.
‘성경’이라는 명칭은 어디서 왔나요?
성경은 얼핏 보기에 한 권의 책입니다. 두껍고 복잡해서 읽다가 금세 지루해질 것 같은, 그래서 은근히 부담이 되는 책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책을 펼쳐 보면 성경이 단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진 한 권짜리 책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글이 모여 있는 도서관 같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성경은 ‘거룩한 글들로 고백된, 여러 종류의 문학이 집합된 도서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책을 ‘거룩한 책, 거룩한 경전’이라는 의미로 ‘성서聖書, 성경聖經’이라고 합니다. 한국 최초로 성경 구절을 담은 책은 《성경직해聖經直解》인데, 예수회 선교사 디아즈가 번역한 한문본을 1892년부터 5년 동안 한글로 펴냈습니다(총 9권). 연중 주일과 축일의 복음 구절이 실렸고, 일부는 주해를 덧붙였지요. 인쇄되기 전에 이미 100여 년 동안 신자들이 손으로 필사해 돌려보면서 초창기 한국 교회 신앙에 큰 영향을 주었답니다.
성경을 가리키는 그리스어는 ‘비블리아(biblia)’입니다. ‘책들, 두루마리들, 문서들’을 뜻하는데, 고대 해양 왕국 페니키아의 수도 이름인 ‘비블로스’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지중해 항구는 필사 재료로 널리 사용되던 파피루스를 수출하는 곳으로 유명했고 책 만드는 산업이 활발했기 때문에, 당시의 책인 파피루스 두루마리를 ‘비블로스’라 불렀답니다. ‘책 중의 책’인 성경이 ‘비블로스’의 복수형 ‘비블리아’란 명칭을 얻게 된 데는 이런 배경이 있지요. 영어 ‘바이블(Bible)’도 여기서 유래합니다.
성경을 뜻하는 다른 말은 라틴어 ‘스크립뚬(Scriptum)’입니다. ‘쓰인 것, 책, 기록된 책’이라는 뜻인데, 신약성경 본문에서 구약성경을 가리킬 때도 사용됩니다(루카 24,27 참조). 영어 ‘스크립처(Scripture)’의 어원입니다.
[성서와함께, 2012년 1월호,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