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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아론은 왜 금송아지를 만들었을까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05-12 조회수7,141 추천수1
[성경 속 궁금증] (31) 아론은 왜 금송아지를 만들었을까

이집트의 황소 우상숭배 모방


모세는 하느님 부르심에 따라 이스라엘 자손들을 이집트 땅에서 탈출시켰다. 그들은 이집트를 나온 지 석 달 만에 시나이 광야에 이르렀다. 이때 하느님께서는 모세만을 시나이 산으로 부르셨다. 산으로 올라간 모세는 40일간 머물며 이스라엘을 대표해 하느님과 계약을 맺었다.

모세가 산에 있는 동안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에 머물게 됐다. 오랜 시간 동안 모세에게 아무 소식이 없자 그 틈을 못 참고 불평을 터뜨렸다. 그리고 아론에게 몰려가 자신들을 이끌 신을 만들어 달라고 간청했다.
 
"아론이 그들에게 '여러분의 아내와 아들딸들의 귀에 걸린 금 고리들을 빼서 나에게 가져오시오.' 하자, 온 백성이 저희 귀에 걸린 금 고리들을 빼서 아론에게 가져왔다. 아론이 그 금을 그들 손에서 받아 거푸집에 부어 수송아지 상을 만들자, 사람들이 외쳤다. '이스라엘아, 이분이 너를 이집트 땅에서 데리고 올라오신 너의 신이시다.' 아론은 이것을 보고 그 신상 앞에 제단을 쌓은 뒤, '내일은 주님을 위한 축제를 벌입시다.' 하고 선포하였다. 이튿날 그들은 일찍 일어나, 번제물을 올리고 친교 제물을 바쳤다. 그러고 나서 백성들은 앉아서 먹고 마시다가 일어나 흥청거리며 놀았다"(탈출 32,2-6).

아론이 수송아지를 만든 것은 이집트의 우상숭배에 그 기원을 둔다. 구약시대 이집트에서는 동물 형태를 신으로 섬겼다. 그래서 이들은 신전에 산 짐승을 두거나, 동물 형상을 만들어 전시하곤 했다. 예로부터 이스라엘 민족이 거주하던 이집트 고센 땅에서는 황소를 우상숭배하고 있었다. 번식력이 강한 황소를 다산과 풍요를 주는 신으로 섬겼던 것이다. 이스라엘 민족은 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할 때, 이들의 황소 우상숭배 행위를 보면서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은 모세가 없는 틈에 광야에서 자신들을 지켜주며 소멸하지 않고 풍요를 제공해줄 신으로 금송아지를 만들었던 것이다.
 
옛사람들이 섬기던 우상들은 대부분 나무로 형태를 만들어 도금한 것이다. 탈출기에 등장하는 아론의 금송아지도 이런 식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이는 모세가 우상을 부술 때의 행동에서 알 수 있다. "그는 그들이 만든 수송아지를 가져다 불에 태우고, 가루가 될 때까지 빻아 물에 뿌리고서는,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마시게 하였다"(탈출 32,20).

이처럼 우상을 부술 때 먼저 우상을 불에 태운 뒤 두드리거나 압축해 조각을 내고 그런 다음에 갈거나 빻아서 가루로 만들었다. 우상 속에 있는 나무를 먼저 태워 숯으로 만든 뒤에 도금한 금을 두드리거나 벗겨내기도 했다.

성경을 보면 금송아지를 불에 태운 것도 모자라 그것을 마시게 한 것에도 분이 풀리지 않은 모세는 레위 후손들을 모아다 백성을 살해할 것을 명령했다. 그날 백성 가운데에서 3000명 가량이나 쓰러졌다. 하느님께서도 아론이 만든 금송아지 사건으로 크게 진노하시며 이스라엘 백성을 "내가 이 백성을 보니, 참으로 목이 뻣뻣한 백성이다"(탈출 32,9)라고 하셨다. 그리고 이들에게 재앙을 내리셨다(탈출 32,35). 우상숭배는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평화신문, 2012년 5월 6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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