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성경이야기] 마르코 복음서 (1)
지난 호까지 우리는 마태오 복음서에서 소개하는 예수님의 모습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호부터는 마르코 복음에서는 예수님을 어떻게 소개하고 있는지 알아볼 것입니다. 각 복음서들은 공통적으로 예수님에 관한 내용을 전달하면서도 나름대로 저마다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복음서를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그 복음서만의 독특한 면이 무엇인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르코 복음서는 자신의 복음서 안에서 소개할 이야기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복음의 시작부터 이야기합니다. 마르코 복음서 1장 1절은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이라는 말씀으로 시작됩니다. 첫 구절의 내용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마르코 복음서는 처음부터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드님으로서, 그리고 약속된 메시아인 그리스도로서 선포하고 있습니다.
먼저 마르코 복음서의 말씀을 올바르게 알아듣기 위해서는 세 가지 역사적 상황에서 살펴보아야 합니다. 즉, ‘예수님이 활동하시던 시기의 역사적 상황’, ‘마르코가 살고 있던 시기의 역사적 상황’,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역사적 상황’입니다.
첫 번째로, 예수님이 활동하시던 시기의 역사적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예수님께서 생활하셨던 곳은 팔레스티나 지역입니다. 팔레스티나는 필리스티아인들의 땅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로, 하느님께서 약속해주신대로 이스라엘 민족이 차지하여 살고 있던 가나안 지역의 땅을 말합니다. 흔히 이스라엘 땅은 팔레스티나 땅과 같은 의미로 사용됩니다. 예수님 시대에 팔레스티나 지역은 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팔레스티나의 경제 구조는 로마 제국의 경제 구조에 강제로 편입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대부분의 농경은 갈릴래아 호수 근처의 갈릴래아 지방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팔레스티나 지역은 사막과 산악지대가 많아서 메마르고 농사에 적합하지 않았는데 갈릴래아 지방은 다른 곳에 비해서 토양이 기름진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로마 제국에 점령당하기 전에는 갈릴래아의 토지는 자작농들의 소유였고 자급 농업 방식으로 경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생산물은 물물 교환으로 거래되었습니다. 하지만 로마에 점령되면서부터 팔레스티나에는 새로운 토지 소유 형태가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대지주라는 제도였습니다. 이는 소수의 대지주가 많은 토지를 소유하는 제도입니다. 그 토지는 땅을 빼앗기거나 갖지 못한 소작인들이 경작하였습니다.
로마 제국이 팔레스티나를 통치하던 때에 촌락을 구성하던 사람들의 계층은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즉 자유농민, 소작농민, 대지주였습니다. 자유농민들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토지를 갖고 있던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생산한 수확물로 이득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로마 제국에 로마 화폐로 세금을 내야 했기 때문에 세금을 내기 위한 현금을 마련해야 했고, 이를 위해서 자신의 생산물을 팔아야만 했습니다. 소작농민들은 대지주에게 고용된 일꾼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대개가 세금을 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토지를 빼앗겼고, 그래서 소작인의 신분으로 전락해 버린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자유농민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부과된 세금을 로마 제국에 내야 했습니다. 게다가 임금 자체가 생활하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한 형편이었기 때문에 이농현상이 급속도로 확산되기에 이르렀습니다. 한편 대지주들은 넒은 땅과 권력을 차지하며 풍족한 삶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지주들 대부분이 토지는 많이 소유했지만 생활의 근거지는 예루살렘이나 그 밖의 도회지에 두고 있는 부재지주(不在地主)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도회지에서 사는 자기들을 대신해서 토지를 관리하고 농사를 감독하는 지배인을 고용했습니다.
대지주들이나 자유농민들이 소유한 토지에서는 주로 곡물류(옥수수, 콩 등)가 생산되었고 그 밖에 과일(올리브, 무화과, 포도 등)과 채소도 경작되었습니다. 또한 대지주들은 가축을 기르기도 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소, 닭, 비둘기와 같은 가축들을 성전에서 제물로 봉헌하는 데 사용했기 때문에 가축들을 파는 시장이 성전에서 열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팔레스티나에서 불결한 동물로 알려져 있던 돼지는 사육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 시대에 팔레스티나는 농경 촌락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도시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발전하던 시기였습니다. 새로운 도시들은 소작 농민들이 농촌을 떠나 도시 지역으로 옮겨가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새로 개발되기 시작한 도시들에는 기술자 계급이 새롭게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여러 장인(匠人)들이 모여 조합을 이루어 생산품을 만들고 판매하였습니다. 도시, 특히 예루살렘에서 생산된 품목들은 주로 피륙, 모피, 가구, 금은 세공품 등이었습니다. 그 밖에 보석류와 같은 사치품들도 예루살렘에서 생산되었습니다.
또 예루살렘에서는 건축 사업도 아주 활발하였습니다. 특히 80여 년에 걸쳐서 예루살렘성전 건축 사업이 계속되는 동안 많은 시민들에게는 성전 건축 공사가 고용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성전 건축이 마무리된 다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성전을 유지하는 일에 고용되었습니다.
* 참고문헌 : 성서못자리 그룹공부교재 「마르코 복음」, 2010, 기쁜소식, 11-17쪽.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12년 7-8월호, 사목국 성서사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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