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궁금증] (41) 팔리움은 왜 양털로 만들까?
양, 희생의 신앙적 의미 갖고 있어 교황과 대주교 임무 상징에 어울려
- 양털로 짜는 팔리움은 교황과 대주교의 직위와 권한을 상징한다.
6월 29일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님이 바티칸 성베드로대성전에서 교황님께 팔리움을 받았다. 이후 일간지 등에 팔리움에 관한 사진과 기사 등이 실렸다. 팔리움은 우리 신자들에게도 다소 생소한 단어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한때 우리나라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에 팔리움이 상위권을 차지했었다고 한다.
팔리움(pallium)은 라틴어 단어인데, 우리말로는 쉽게 옮기기 어려워 발음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팔리움은 가톨릭교회에서 교황과 대주교가 자신의 직무와 권한을 상징하기 위해 제의(祭衣) 위 목과 어깨에 둘러 착용하는 좁은 고리 모양의 양털띠다.
그런데 왜 팔리움은 양털로 짜는 것일까? 물론 교회의 오랜 전통이지만 양이 갖는 성경적 특성도 한몫한다고 생각된다. 양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긍정적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양은 제사의 희생물로 애용됐다. 이스라엘에서 어린양은 가장 흔한 희생 제물이었다. 제단에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희생의 어린양이 한 마리씩 바쳐졌다(탈출 29,38-39).
어린양은 고대 근동지역과 지중해 연안에서 제사 제물로 바쳐지는 희생물이었다. 창세기에서 아브라함은 수풀에 뿔이 걸린 숫양을 가져다가 아들을 대신해 번제물로 하느님께 바쳤다. 그리고 유월절의 어린양은 대속물이었다(탈출 12,1-14). 하느님은 집 문설주에 칠해진 어린양의 피로 이스라엘 사람들 집에는 재앙이 내리지 않고 그대로 지나가게 하셨다. 이처럼 어린양의 피는 하느님의 재앙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속죄 수단이었다.
신약에서 요한 세례자는 예수님께서 자기에게 오는 것을 보고는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요한 1,29)하고 말했다. 이와 같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양은 희생과 속죄라는 신앙적 의미를 지닌 동물이었다.
양은 또한 유목민에게 없어서는 안될 꼭 필요한 동물이었다. 양은 고기와 젖을 사람에게 제공하고 털을 옷감 재료로 제공함으로써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게 한다. 목축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명주나 면직물이 없어 거의 모직물만으로 옷을 만들어 입었다. 밤에 잘 때 덮는 담요와 같은 것도 모직이었다.
숫양의 뿔은 액체를 넣는 그릇으로 사용됐다. 이처럼 양은 고기는 식용으로, 털과 가죽도 의복 등 다방면으로 사용돼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아주 유용한 동물이었다. 성경에서도 양이 무려 500회 이상이나 반복적으로 인용되고 있을 정도다.
구약에서 이스라엘 민족과 하느님은 양떼와 목자로 자주 비유됐다. 성경은 양털의 흰색을 하느님 자비에 비유하기도 했다.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오너라, 우리 시비를 가려보자. 너희의 죄가 진홍빛 같아도 눈같이 희어지고 다홍같이 붉어도 양털같이 되리라'"(이사 1,18).
팔리움은 교황과 대주교의 직위와 권한을 상징하는 것으로, 흰 양털로 짠다. 팔리움은 대주교의 경우 임무에 대한 충실성과 교황의 권위에 참여함을 상징하고, 교황과의 일치를 보여주는 외적 표시가 된다. 양털이야말로 팔리움의 상징성을 잘 나타내는 것이다.
[평화신문, 2012년 7월 22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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