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8) 타브가 - 1
갈릴래아 지방의 타브가는 신약성경에 나오는 세 이야기, 즉 예수님이 행하신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의 기적(마르 6,34-44 병행), 부활하신 예수님의 발현 장면(요한 21장), 예수님의 산상설교(마태 5-7장)와 관련이 있다. 그래서 타브가에는 이 세 이야기와 관련된 기념 성당 곧 빵의 기적 기념 성당, 베드로 수위권 성당, 참행복 선언 기념 성당이 있다.
위치와 지형
타브가는 겐네사렛과 카파르나움의 중간쯤에 위치하며, 갈릴래아 호수의 북서쪽 연안에 있다. 거리상으로는 카파르나움에서 남쪽으로 약 3km, 티베리아스에서 북쪽으로 약 12km 떨어진 곳이다. 타브가(Tabgha)라는 아랍어 명칭은 “일곱 샘”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헤프타페곤(Heptapegon)에서 유래했는데, 히브리어로는 엔 쉐바(Ein Sheva)이다. 이 명칭에 나오는 일곱이라는 숫자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의 숫자를 합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중요 순례 장소
① 빵의 기적 기념 성당
● 예수님이 행하신 빵의 기적들
예수님이 행하신 기적들 중에서 네 복음서 모두에 언급되는 것은 바로 빵의 기적이다. 예수님이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은 마태 14,13-21; 마르 6,34-44; 루카 9,10-17; 요한 6,1-14에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빵 일곱 개와 물고기 몇 마리로 사천 명을 먹이신 기적은 마태 15,32-39; 마르 8,1-9에 나온다.
사실 오늘날의 우리는 예수님이 행하신 빵의 기적들이 실제로 어디에서 일어났는지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는 없다. 그런데 앞에서 살펴본 복음서의 본문들은 예수님의 빵의 기적이 현재 타브가가 있는 갈릴래아 호수의 북서쪽이 아니라 동편 어느 외딴 곳에서 일어났다고 전한다. 그렇다면 왜 이런 차이가 생긴 것일까?
역사적으로 볼 때 초세기의 그리스도인들이 갈릴래아 호수의 동편으로 순례 가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 그것은 호수의 북동쪽이 지형적으로 아주 험준하고 외진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3세기경부터 성지를 순례한 이들은 빵의 기적을 기념하는 장소로 호수의 북서쪽에 있는 오늘날의 타브가를 찾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마르 6,34에 따르면 “예수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 같았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마르 8,2에도 예수님은 “저 군중이 가엾구나.”라고 말씀하신다. 여기서 우리는 빵의 기적과 관련하여 “가엾은 마음이 들다”라는 동사를 만난다. 이 동사는 예수님의 자비, 연민, 측은지심을 표현한다. 사실 그리스어에서 “가엾은 마음이 들다”라는 동사는 “사람의 창자, 내장”을 가리키는 단어와 관련이 있는데, 인간의 내면 깊숙이에서, 즉 그 속마음에서 불쌍한 마음이 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함께 느끼는 것, 즉 함께 아파하기를 의미한다. 복음서에서 특히 이 동사는 예수님의 에토스를 가장 잘 표현한다.
마르 6,38-44은 빵의 기적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너희에게 빵이 몇 개나 있느냐? 가서 보아라.’ 하고 이르셨다. 그들이 알아보고서, ‘빵 다섯 개, 그리고 물고기 두 마리가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명령하시어, 모두 푸른 풀밭에 한 무리씩 어울려 자리 잡게 하셨다. 그래서 사람들은 백 명씩 또는 쉰 명씩 떼를 지어 자리를 잡았다. 예수님께서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찬미를 드리신 다음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도록 하셨다. 물고기 두 마리도 모든 사람에게 나누어 주셨다.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남은 빵 조각과 물고기를 모으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 빵을 먹은 사람은 장정만도 오천 명이었다.”
● 에제리아의 기록
기원후 381에서 384년 사이에 타브가 지역을 순례하였던 에제리아(Egeria)라는 사람은 다음과 같이 매우 중요한 기록을 남겼다. “카파르나움과 가까운 그곳에는 주님이 오르셨던 돌계단이 있었다. 호수 가까이에 있는 거기에는 많은 풀과 종려나무가 있는 들판이 있었다. 이 나무들 근처에는 풍부한 양의 물을 가진 일곱 샘이 있었다. 그곳은 주님이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군중을 배불리 먹이셨던 곳이다. 주님이 빵을 올려놓으셨던 바위는 제단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사람들은 그 바위의 작은 조각들을 자신들의 행운을 위해 떼어 갔는데 효과가 있었다.
“초세기 그리스도인들은 타브가와 관련하여 세 개의 바위에 관한 기억을 전하는데, 이것은 세 개의 기념성당인 빵의 기적 기념 성당, 베드로 수위권 성당, 참행복 선언 기념 성당과 각각 관련이 있다.
● 기념 성당
앞서 살펴본 에제리아에 따르면, 350년경에 이미 예수님이 빵을 올려놓으셨던 바위를 제단으로 하는 빵의 기적 기념 성당이 세워졌었다. 이 성당은 그 후 419년의 지진으로 파괴되었다. 그래서 5세기 비잔틴 시대에 다시 기념 성당이 세워졌지만 이 또한 551년에 지진으로 파괴되었다. 그 후 폐허로 남아있던 중에 1887년에 독일 고고학자들의 발굴이 시작되어 이전 시기 성당의 터와 비잔틴 시대 성당에 있던 다양한 모자이크들이 발견되었다. 특히 1932년의 고고학적 발굴은 비잔틴 시대의 많은 유물들을 발견하였다. 그 후 1936년에 독일 가톨릭 교회는 새로 발견된 비잔틴 시대의 모자이크 위에 새로운 성당을 세웠다. 이 모자이크를 그대로 방치하면 훼손될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성당은 빵 네 개와 물고기 두 마리의 모자이크가 성당의 제단 앞에 자리하도록 설계되었다.
현재의 빵의 기적 기념 성당은 1982년에 증축된 것으로서 독일 베네딕도 수도회에서 관리하고 있다. 특히 현재의 성당은 비잔틴 양식으로 건축되었다. 성당 안쪽 제단 앞에는 그 유명한 빵 네 개와 물고기 두 마리의 비잔틴 시대 모자이크가 있다. 그리고 현재의 성당 바닥에는 갈릴래아 지방의 동식물을 다양하게 표현한 비잔틴 시대 모자이크들이 많다. 이것은 당시 갈릴래아의 생태계를 연구하는데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된다. 그리고 제단 바로 아래에는 앞서 살펴본 에제리아의 기록에서 언급된 바위가 있는데, 바로 예수님이 빵을 올려놓으셨다고 전해지는 바위이다.
*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성서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 고고학연구소에서 성서학박사학위(S.S.D.)를 취득하였고,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월간빛, 2012년 8월호, 송창현 미카엘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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