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궁금증] (48) 성경에서 사탄은 어떤 존재를 가리키나요
하느님 창조질서 파괴하는 존재, 인간을 타락으로 유혹하는 악마 '사탄'하면 마치 전설 속 이야기나 환상이나 비유, 허구나 비과학적인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사탄의 가장 은밀한 간계는 오늘날 우리에게 사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신시키는 것이다"는 말이 있다. 몇 년 전 이탈리아 주교회의는 공식 성명을 통해 최근 사탄주의, 점성술, 마술, 마법 등이 사람들을 현혹하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한 적이 있다. 이러한 사고방식의 만연은 하느님에 대한 믿음과 섭리에 대해 불신하게 하고 하느님을 인간의 즉각적 관심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이탈리아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성경을 보면 사탄의 존재가 자주 등장한다. '적대자'로 번역되는 사탄은 악마를 의미한다. 구약성경에서는 하느님과 반대되는 어떤 악한 세력에 의해 인간생활이 물들고 타락했음을 암시하고 있다(창세 3장). 그래서 악마는 하느님 창조 질서를 파괴하는 존재이다. 특히 구약성경에서 사탄은 하느님 명령을 받고 인간으로 하여금 죄와 타락에 빠지도록 유혹하는 역할을 하는 존재이다. "그때에 하느님께서 아비멜렉과 스켐의 지주들 사이에 악령을 보내시니, 스켐의 지주들이 아비멜렉을 배반하게 되었다"(판관 9,23). 그리고 또 죽은 영들을 불러내는 자들은 악의 세계와 관계를 맺고 그 속에 빠져들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주문을 외우는 자와 혼령이나 혼백을 불러 물어보는 자와 죽은 자들에게 문의하는 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신명 18,11). 신약성경에서는 그리스도인들은 사탄의 능력과 힘이 엄청나다는 것을 인식해 정신을 바짝 차리고 깨어 있어야 한다고 권고한다(1베드 5,6-9). 또한 성찬례와 이교 제사를 비교하면서 우상숭배를 하지 말고 사탄과 상종하지 않도록 권고한다(1고린 10,14-20). 실제로 예수님께서도 사탄을 만나셨고 당신의 구마 능력으로 대항하셨다(마태 4,1-11). 성경에는 악령에 사로잡혀 겪는 고통이 육체적 병고는 물론 정신적 질병과도 구별되는 것으로 묘사돼 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이 행사하던 구마 능력을 제자들에게 부여하시고 그들을 복음 전파에 파견하셨다. 교회는 오늘날도 사탄을 쫓아내는 구마 능력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과거와 같이 오늘날에도 악령에 사로잡히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전투 상대는 인간이 아니라, 권세와 권력들과 이 어두운 세계의 지배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령들입니다"(에페 6,12). 신학자들은 전통적으로 모든 피조물이 근본적으로 선한데, 그중 천사가 타락해 사탄이 되었다고 가르친다. 즉 타락한 인간이 있듯이 타락한 영, 곧 악마도 실제로 존재하며 이 세상 안에서 악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악마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안전한 곳에 있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교회는 우리가 늘 악마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주님의 기도에서처럼 "우리를 악에서 구하소서"라며 기도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교회 성인들도 악마의 존재를 증언하고 있다. 특히 "성인들은 악마에 굴복당하지 않았지만 악마로 인한 시련과 고통을 많이 겪었다"는 성녀 테레사의 말씀은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된다. [평화신문, 2012년 9월 16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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