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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성경 속의 인물: 판관 기드온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10-03 조회수3,710 추천수1
[성경 속의 인물] 판관 기드온


기드온(Gideon)의 말뜻은 ‘찍다, 베다’란 의미를 지녔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그의 일생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이 되겠다. 그는 므나세 지파 출신으로 이스라엘이 ‘미디안 족’으로부터 힘겨운 수탈을 당할 때에 출현한다.

기드온이 등장하기 전의 판관은 드보라였다. 그녀의 치세 40년은 이스라엘이 태평성대를 누린 시기였다. 그러나 평온이 길어지자 ‘아모리인’들의 우상을 숭배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모든 것이 잘 되자 하느님을 망각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렇게 되자 주님께서는 잘못을 깨닫도록 ‘보속’을 내리신다. 미디안의 침공이었다. 당시 미디안은 낙타를 길들인 ‘고도의 기동성’을 갖추고 있었기에 군사적인 위력이 막강했다.

미디안이 쳐들어오자 이스라엘은 금방 초토화되고 지도자들은 도망가기 바빴다. 한 순간에 이스라엘은 미디안의 속국이 된 것이다. 그들의 지배는 가혹했다. 백성들이 먹고 살 것을 ‘하나도 남겨두지 않을 정도’로 지독한 수탈을 7년간이나 감행했다. 고통이 깊어지자 유다인들은 죄를 지었음을 깨닫고 구원을 부르짖었다. 이렇게 해서 등장하는 판관이 기드온이다.

천사가 기드온에게 나타났을 때 그는 밀을 감추고 있는 중이었다. 미디안 사람들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였다. 주님께서 부르지 않으셨더라면 그렇게 평범한 인물로 살았을 기드온이다. 소명을 깨닫자 그는 돌변한다. ‘바알 제단’과 ‘아세라 목상’을 제거하고 미디안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그리고 야훼의 지시에 따라 불과 ‘삼백 명의 군인’으로 미디안의 부대를 제압하였다. 이때 사용한 전술은 야밤에 적진을 포위하고 있다가 일제히 ‘나팔을 불며 고함을 지르는 것’뿐이었다. 그러자 적들은 혼란에 빠져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도망을 쳤다. 철저한 하느님의 개입이었다. 기드온과 그의 군사들은 주님의 도우심 없이는 결코 승리할 수 없음을 처음부터 깨달았던 것이다.

이후 기드온은 판관이 되어 40년을 다스렸다. 한편 이 시기에는 뚜렷한 지도자가 없는 과도기였다. 그래서 열두 지파의 대표들은 기드온을 왕으로 모시려 했다. 미디안을 몰아낸 능력 때문이었다. 그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의 힘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드온은 반대한다. 이스라엘의 임금은 야훼이심을 고백하며 단호히 거절한다. 그러면서 그는 많은 아내와 첩을 거느렸다. 아마도 각 지역의 세력가들이 딸을 제공하며 그와의 친분을 두텁게 하려 했을 것이다. 아무튼 그가 낳은 아들은 70명이 넘었다.

이러한 세속적인 습관은 호된 시련을 남겼다. 기드온이 죽자 그의 아들 아비멜렉이 70명의 형제들을 학살하는 ‘왕자의 난’을 일으킨 것이다. 아비멜렉은 스스로 왕이 되어 3년간 이스라엘을 다스렸다. 하지만 하느님의 선택은 그가 아니었다. 이후 아비멜렉은 스켐의 지주들과 내전을 겪으면서 살해된다. 인간의 힘만으로 이스라엘을 지배하려 했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2008년 10월 12일 연중 제28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삼천포본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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