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인물] 예로보암
솔로몬의 아들 르하브암은 북쪽 지파를 치기 위해 군대를 소집했다. 유다 지파와 벤야민 지파에서 18만 명이 모였다. 전운이 감돌았지만 예언자 ‘스마야’의 중재로 가까스로 멈춘다.(1열왕 12,24)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두 왕국을 끊임없이 물고 늘어지는 악순환을 벌리며 서로를 약화시켜 나간다.
북쪽 지파의 중심인물은 예로보암이었다. 원래 그는 건설현장의 감독관이었다. 솔로몬은 그의 능력을 인정해 일정한 신분을 허락하고 있었던 것이다(1열왕 11,28). 그런데 어느 날 예언자 ‘아히야’를 만나면서 운명이 바뀐다. 예언자는 그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해주었던 것이다. “이제 내가 솔로몬의 손에서 이 나라를 찢어내어 너에게 열 지파를 주겠다. 네가 나의 규정과 계명을 지키면 나는 너와 함께 있을 것이다.”(1열왕 11,31-39)
예언은 솔로몬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그러자 예로보암을 죽이라는 왕명이 떨어진다. 예로보암은 서둘러 이집트로 피신했고 그곳에서 솔로몬이 죽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정치적 야망을 숨기지 않고 동조자들을 규합해 북쪽 지파들을 조정하고 있었다. 르하브암이 왕으로 취임하자 그는 귀국했고 북쪽의 10지파를 부추겨 반란을 일으켰던 것이다.
남쪽의 두 지파가 18만의 병력을 보유했다는 소식에 예로보암은 즉시 임시 수도를 ‘스켐’으로 정하고 성벽을 쌓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그는 불안을 떨치지 못한다. 백성들이 예루살렘 성전으로 ‘제사 드리러’ 갔다가 마음이 바뀔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꼼수’를 두기 시작한다.
‘금송아지’ 두 개를 만들어 하나는 ‘베텔’에 두고 하나는 ‘단’에 두었던 것이다. 백성들에게는 두 금송아지가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구해준 신이라고 속였다. 예루살렘으로 예배드리러 가지 말라는 억지였다. 레위 지파 사람들이 반발하자 사제직을 박탈하고 다른 지파에게 사제직을 허락하기도 했다. 이것은 엄청난 실수였다. 율법에서 한참을 벗어난 행위였다. 이제 두 왕국은 정치뿐 아니라 종교까지도 갈라지는 국면에 처한 것이다. 훗날 왕국의 멸망은 주님을 떠났기에 나타난 결과일 뿐이다.
예로보암이 죽은 뒤에도 북쪽 임금들은 베텔과 단에 있는 금송아지를 철거하지 않았다. 그들 역시 백성들이 예루살렘으로 가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예로보암에게는 ‘이스라엘을 죄짓게 한 느밧의 아들’(2열왕 10,29)이라는 불명예스런 칭호가 늘 따라 붙었다. 예로보암 역시 살아생전 자신의 맏아들이 죽는 비극을 체험한다. 백성들을 죄짓게 한 보속이었다.
[2009년 4월 19일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 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호계본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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