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인물] 예언자 엘리사
엘리사(Elisha)는 엘리야의 제자로 그의 모든 권한을 이어받았다. 엘리사의 역할은 우상숭배에 빠진 ‘아합왕조’를 뒤집는 일이었다. 임금을 제거하는 모반이었기에 목숨을 걸어야했다. 그는 군인이었던 ‘예후’를 부추겼고 그와 함께 반란을 주도했다. 이렇게 해서 ‘이즈르엘의 대학살’을 이끌어냈다.
당시 이즈르엘은 북 이스라엘의 수도였고 임금은 아합의 둘째 아들 ‘요람’이었다. 그는 아람족과의 전투에서 부상을 당해 치료받고 있던 중이었다. 틈새를 놓치지 않고 예후의 군대는 왕궁을 덮쳤다. 쿠데타였다. 저항하던 요람은 도망을 쳤지만 예후는 그를 활로 쏴 죽인다(2열왕 9,24).
그리고는 ‘이제벨’을 찾아내어 살해했다. 이제벨은 자신의 처소에서 화장을 하고 당당하게 예후를 맞이했다. “자기 주군을 죽인 지므리 같은 자야, 평안하냐?”(2열왕 9,31) 죽음을 각오한 이제벨은 마지막 순간까지 말리지 않았다. 분노한 예후는 내시에게 창밖으로 던지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렇게 해서 이제벨은 땅에 떨어져 죽었다.
쿠데타에 성공한 예후는 즉시 정적들을 제거했다. 아합의 아들 70명과 남아 있던 관료들을 모두 살해한 것이다. 이것이 이즈르엘의 대학살이다. 훗날 ‘호세아’는 예후를 비난하는 예언을 남긴다(호세 1,4). 그만큼 잔인한 사건이었다. 예후의 후광으로 엘리사는 활동에 지장을 받지 않았다. 구약의 예언자들 대부분이 비난과 핍박을 받았지만 엘리사의 삶은 예외였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겸손했고 청렴하게 처신하였다.
그러기에 엘리사는 많은 기적을 일으켰다. 물이 좋지 않은 성읍의 지하수를 정화시켰고 죽은 제자의 부인을 애련히 여겨 기름이 많아지는 기적을 베풀었다. 그리고 보리빵 스무 개로 백여 명을 먹게 했으며 ‘수넴’ 여인의 죽은 아들을 살리기도 했다(2열왕 4,35). 가장 유명한 기적은 아람(Aram)의 군대 장관인 ‘나아만’을 고친 일이다. 그는 문둥병에 걸려 있었는데 엘리사의 지시대로 요르단 강에서 목욕하자 병이 나았던 것이다(2열왕 5,14).
엘리사는 예언자로 불림받기 전에는 평범한 시골 농부였다. 그런데 엘리야가 부르자 즉시 응답했다. 그만큼 결단력이 빨랐던 것이다. 그리고는 동네 사람들을 불러놓고 성대한 송별식을 가졌다(1열왕 19,21). 미루어보건대 상당한 부자였던 것 같다. 하지만 평생 허름한 옷에 지팡이를 들고 다니는 대머리였고 가끔은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기도 했다(2열왕 2,23). ‘임금의 후원’을 받는 막강한 예언자였지만 일생을 소박하고 겸허하게 살았던 것이다.
[2009년 6월 28일 연중 제13주일(교황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호계본당 주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