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인물] 치드키야
치드키야는 유다의 20대 임금으로 마지막 왕이다. 그는 16대 임금이었던 요시야의 아들로 원래 이름은 ‘마탄야’였다(2열왕 24,17). 그런데 19대 ‘여호야킨’ 임금 때 바빌론의 ‘네부카드네자르’는 예루살렘을 침공한 뒤 왕을 사로잡고 약탈을 감행했다. 그리고는 치드키야를 왕으로 임명하고 엄청난 조공을 강요한 뒤 물러갔다.
이로써 치드키야는 네부카드네자르에게 충성을 서약한 지방군주가 되었다. 하지만 예루살렘의 제관들과 유지들은 가만있지 않았다. 치드키야에게 압력을 가하며 항전할 것을 주장했다. 그들은 인근 국가인 이집트, 모압, 에돔, 암몬, 띠로, 시돈과 정보를 교환하며 바빌로니아에 대한 반란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예언자 예레미야는 이들을 비난했다. 네부카드네자르에게 항전하는 것은 멸망을 자초하는 일이라고 했다. 예루살렘의 보존을 위해서는 조공을 바치며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예언자는 바빌로니아의 지배를 하느님의 뜻으로 간주하고 순순히 받아들이자고 촉구했던 것이다. 대신들은 예레미야를 고발했고 감옥에 가두었다.
마침내 치드키야 통치 9년째(BC 589년 겨울) 바빌로니아를 거슬러 전쟁을 일으켰다. 이집트는 절대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즉각 바빌론의 군대가 예루살렘을 포위했고 외부의 지원을 차단했다. 그들은 토성을 쌓고 2년을 기다렸다. 성안의 사람들을 지치게 하는 작전이었다. 기원전 586년 여름, 마침내 성의 한쪽이 무너졌다. 치드키야와 그의 심복들은 밤을 틈타 요르단 강 쪽으로 도망갔다.
하지만 즉시 붙잡혔고 ‘시리아’에 머물고 있던 네부카드네자르 앞으로 끌려갔다. 왕은 군사를 시켜 치드키야가 보는 앞에서 그의 두 아들을 살해하게 했다. 왕손(王孫)을 끊어버린 것이다. 치드키야는 외쳤다. “차라리 내 눈을 뽑아다오.” 그러자 그의 두 눈을 뽑고 청동 사슬에 묶으라는 명령이 떨어졌다(2열왕 25,7) 당시 치드키야는 33살이었다. 이렇게 해서 유다왕조는 끝이 났고 ‘바빌론의 포로시대’가 시작되었다.
백성들은 천민들만 제외하고 거의 모두 바빌로니아로 끌려갔다. 예루살렘 성벽은 철저하게 파괴되었고 성전 역시 약탈당한 뒤 불타고 말았다. 치드키야는 눈에 붕대를 감고 사슬에 묶인 채 바빌론 감옥에 갇혔다. 유다의 젊은이들은 노예로 전락하고 말았다. 대관들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포로로 끌려온 사람들은 하느님께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 가운데는 예레미야 예언자도 있었다.
[2009년 8월 30일 연중 제22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호계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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