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인물] 에제키엘
에제키엘은 예레미야와 동시대의 예언자다. 그 역시 포로가 되어 바빌론으로 끌려갔고 그곳에서 다니엘 예언자도 만났다. 에제키엘이 연장자였다. 그의 초기 예언은 예루살렘 멸망에 집중되었지만 유배지에서는 희망을 심으려 애썼다. 포로생활은 반드시 끝날 것이며, 그때에는 하느님과 이스라엘 사이에 ‘새로운 언약’이 맺어질 것을 강조했다. 이러한 가르침은 유다인들의 결속에 큰 영향을 끼쳤다. 개신교에서는 에스겔이라 부른다.
네부카드네자르는 ‘세 단계’에 걸쳐 이스라엘을 멸망시켰다. 첫 번째는 기원전 605년의 침공이다. 이때 여호야킴의 항복을 받아냈고 다니엘을 포함해 유력 인사들을 잡아갔다(2열왕 24,1). 두 번째는 주전 597년에 있었던 여호야킴과 그의 아들 여호야킨의 반란이다. 네부카드네자르는 이스라엘을 다시 굴복시켰고 에제키엘과 함께 만 명의 포로들을 데리고 갔다.
세 번째는 기원전 586년에 있었던 전쟁의 종식이다. 바빌로니아는 오랜 포위 끝에 예루살렘을 뚫고 들어가 초토화시켰다. 예레미야가 그토록 반대했지만 마지막 임금 ‘치드키야’는 반기를 들었던 것이다. 네부카드네자르는 유다인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성전과 성벽을 완벽하게 허물었고 활동이 가능한 남자들은 모두 포로로 끌고 갔다.
에제키엘은 유배지에서 활동을 재개하며 결국은 ‘약속의 땅’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언한다. 예루살렘 성전의 재건도 알렸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말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기에 비유와 상징을 통한 간접표현이 많았다. 환상과 환시도 예언서 여러 곳에 등장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에제키엘 예언서는 ‘구약의 묵시록’이라 불리기도 한다. 특히 40장 이후의 기록은 바빌론 포로가 끝난 뒤 성전재건과 유대교의 조직 강화에 중대한 역할을 했다.
그는 바빌론 인근 ‘크바르 강’ 유역에 살았다. 유프라테스 강에서 갈라져 나온 지류로 현재는 이라크에 속해 있다. 이곳에는 유다인 포로들의 집단 정착지가 있었다. 바빌로니아는 유다인들의 노동력이 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곳에 모여 살게 했던 것이다. 그들은 이곳을 ‘텔 아비브’라 불렀다(에제 3,15). 히브리 말로 ‘텔’은 언덕이며 ‘아비브’는 봄을 뜻한다.
1909년 유럽을 떠돌던 유다인들은 약속의 땅인 팔레스티나에 살고 싶어 했다. 그들은 아랍 원주민들에게 비싼 돈을 주고 지중해에 연한 땅을 사게 된다. 그들은 이곳에 신도시를 건설하고 에제키엘 예언서에 나오는 ‘텔 아비브’를 도시 이름으로 삼았다. 현재는 이스라엘의 두 번째 도시가 되었고 국제공항이 있다. 에제키엘은 ‘주님께서 힘을 주신다.’는 의미다. 자신의 이름에 어울리게 유배지에서도 희망을 전했던 예언자다.
[2009년 9월 20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호계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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