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인물] 유딧
유딧(Judith)은 히브리말로 유다인 여자라는 뜻이다. 곤궁에 몰린 이스라엘을 화려하게 구출한 여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역사적 인물은 아니다. 아무튼 그녀의 영웅담을 전해주는 책이 제2경전에 속하는 ‘유딧기’다. 개신교에서는 성경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야기의 무대는 기원전 8세기에 있었던 ‘아시리아’의 침공이다. 당시 이스라엘은 남북으로 갈라져 있었는데 북쪽이 먼저 무너진다. 강력한 아시리아를 막아내지 못한 것이다. 주민들은 포로가 되어 ‘니네베’로 끌려갔고 임금과 대신들은 살해되었다. 이렇게 되자 남쪽은 벌벌 떨게 된다.
당시 남쪽 임금은 ‘아하즈’였는데(재위 BC 736-716) 조공을 바치며 속국임을 자처했다. 아시리아의 종교를 받아들였고 왕자를 죽이는 끔찍한 제사를 바쳐 그들을 안심시켰다. 예루살렘에 이교도의 제단을 모방한 ‘청동제단’을 만들었고 향을 피워 섬기게 했다. 우상숭배에다 비굴한 과잉충성이었다(2열왕 16,10-11). 지도자들이 이러했으니 백성들은 방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배경에서 민중의 계몽을 위해 등장한 설화가 유딧기다.
성경의 첫 장면은 아시리아 왕 ‘네부카드네자르’와 메디아 임금 ‘아르팍삿’ 사이에 일어난 전쟁이다. 그런데 네부카드네자르는 원래 바빌론의 왕이었다. 유딧기 저자는 아시리아의 왕으로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싸움의 승리를 위해 아시리아는 이스라엘과 이집트를 비롯한 인근 국가에 사신을 보내 협조를 구한다. 하지만 아무도 응하지 않았다. 네부카드네자르는 몹시 화를 낸다.
전쟁에서 이긴 아시리아는 협조를 거절했던 나라들을 응징한다. 이를 위해 임명된 책임자가 ‘홀로페르네스’였다. 그는 여러 민족을 초토화한다. 소식을 접한 이스라엘은 전전긍긍하면서 전투준비에 임한다. 대사제는 온 백성과 함께 주님의 도우심을 청한다. 유다인들이 또 다시 포로로 끌려가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 울부짖는다.
홀로페르네스는 이스라엘 저항군을 포위하며 그들의 식수원을 차단한다. 마실 물이 고갈되자 백성들은 흔들린다. 이때 등장한 이가 ‘유딧’이다. 그녀는 아름다운 용모에 많은 재산을 소유했으며 경건한 여인이었다. 하녀와 함께 적진으로 들어간 유딧은 미모를 앞세워 홀로페르네스에게 접근했고 마침내 그를 제거한다. 그녀에게는 주님의 힘이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 유딧의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것은 아니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민중에게 용기를 주기 위한 문학작품으로 이해되고 있다.
[2010년 2월 28일 사순 제2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호계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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