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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경 속의 인물: 아가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10-13 조회수3,036 추천수1
[성경 속의 인물] 아가


유다인들은 성경 이름을 대부분 첫 구절에서 취했다. ‘아가’ 역시 1장 1절을 따라 ‘쉬르 핫쉬림’(Shir Hashirim)이라 했다. ‘노래들의 노래’란 뜻이다. 희랍어 성경도 같은 의미로 ‘아스마 아스마톤’(Asma Asmaton)이라 했고, 라틴어 성경 역시 ‘깐띠꿈 깐띠꼬룸’(Canticum Canticorum)이라 했다. 모두가 ‘노래 중의 노래’란 의미다. 우리 말 성경이름 ‘아가’는 중국어 이름 아가(雅歌)를 그대로 번역한 것이다.

아가는 남녀 간의 사랑을 노래한 책이다. 유다인들은 이를 하느님과 이스라엘간의 사랑으로 받아들였다. 주님께 대한 열정을 그런 식으로 표현했다고 해석한 것이다. 한편 유다인들은 그분의 사랑이 가장 크게 드러난 사건을 ‘이집트에서의 탈출’로 꼽았다. 그러기에 파스카 축제 때면 아가를 읽었다. 이스라엘을 끔찍이 사랑하셨기에 구원해 주셨다고 믿은 것이다.

한편 햇곡식을 바치는 축제인 ‘주간절’(신명 16,10)에는 룻기를 읽었고 ‘애가’는 성전이 파괴된 날(아브월 9일) 읽었다. 그리고 초막절(레위 23,33)과 푸림절(에스 9,21)에는 코헬렛과 에스테르기를 각각 낭독했다. 이렇게 이스라엘의 축제 때는 ‘아가’를 포함한 다섯 지혜서를 반드시 읽었다. 이 성경들을 흔히 ‘다섯 두루마리’라 한다. 이런 전통이 굳어진 것은 바빌론 유배 이후(기원전 6세기)로 보고 있다.

아가서는 솔로몬을 저자로 제시하지만 내용을 분석하면 그의 작품은 아니다. 솔로몬이 많은 노래를 지었다는 전승 때문에 그의 이름을 내세운 것뿐이다. 따라서 아가서 역시 오랜 세월을 거쳐 여러 사람에 의해 기록되었음을 알 수 있다. 몇몇 노래는 분명 솔로몬 시대의 창작이지만 대부분은 ‘바빌론 유배’ 이후의 작품으로 해석한다. 지금의 형태를 갖춘 것은 페르시아 말기에서 그리스 시대 초기로 보고 있다.

아가는 여덟 장의 짧은 책이지만 내용은 파격적이다. 선입견 없이 읽으면 뛰어난 연애시를 읽는 기분이다. 표현 역시 솔직하고 관능적이다. 어떻게 성경으로 인정되었는지 신기한 생각마저 든다. 아무튼 ‘아가서’에는 인간적인 사랑과 생명력이 넘쳐난다. 딱딱한 율법의 세계에서 한 가닥 신선함을 제공하고 있다. 분명 성경의 다양성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아가의 주인공은 ‘술람밋’(아가 7,1)이라는 여인이다. 술람밋은 ‘수넴 여인’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다윗 왕이 늙어 쇠약해졌을 때 그를 보살폈던 처녀가 수넴 여인 ‘아비삭’이었다(1열왕 1,3). 다윗이 죽은 뒤 ‘아도니야’ 왕자는 이 여인을 아내로 삼으려다 솔로몬에게 죽임을 당하기도 했다(1열왕 2,13-25). 아가의 두 남녀는 솔로몬과 수넴 여인 ‘아비삭’이라는 주장도 있다.

[2010년 6월 6일 그리스도의 성체성혈 대축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호계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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