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인물] 바빌론
메소포타미아는 그리스말로 ‘강 사이의 땅’이란 뜻이다.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사이의 넓은 평원을 가리킨다. 현재 이곳의 대부분은 이라크에 속해 있다. 서쪽 일부분만 시리아와 터키에 속한다. 바빌론은 메소포타미아 남쪽을 흐르는 유프라테스 강 연안에 등장했던 고대 도시다.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에서 남쪽으로 88km 떨어진 지역이다.
바빌론이 성경의 무대에 특별히 등장한 것은 그곳이 유다인의 ‘유배지’였기 때문이다. 기원전 586년 남북으로 갈라진 이스라엘은 패망의 길을 걷게 된다. 북쪽은 이미 ‘아시리아’의 식민지가 되었고 주민들은 ‘니네베’로 끌려갔다. 남쪽은 바빌로니아 침공으로 왕과 백성들이 잡혀 갔던 것이다. 이들은 바빌론에서 기약 없는 포로생활을 해야 했다. 그러면서 하느님의 선민이 어쩌다 이런 신세가 되었는지 돌아봤다. 계명을 어기고 언약에 불충했던 결과로 받아들였다. 그들은 계율의 삶을 다시 선택했고 광야를 떠돌던 옛날로 되돌아갔다. 바빌론의 유배는 이스라엘의 영적 생명을 되찾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바빌론은 바빌로니아의 수도로 메소포타미아 남부에 있었다. 이곳에서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면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이 합쳐지고 조금 더 내려가면 페르시아 바다와 만나게 된다. 이 일대를 ‘수메르 지역’이라 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원지인 것이다. 구약의 아브라함도 이 지역에 속하는 ‘우르’라는 도시에서 살았다(창세 11,31). 그리고 이곳 사람(수메르인)들이 인류 최초의 문자인 ‘쐐기문자’를 만들었다. 쐐기는 곤충인 풀쐐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나무를 고정시킬 때 박는 쐐기(Wedge)를 말한다. 한자로는 설형(楔形)문자라 한다. 이들은 12진법과 태음력을 사용했으며 법전도 만들었다. 노아 홍수의 원형이라 일컬어지는 ‘길가메시 서사시’도 수메르인의 작품이다.
바빌론의 전성기는 네부카드네자르 2세 때였다. 팔레스티나를 정복했으며 예루살렘을 파괴하고 유다인들을 포로로 잡아간 인물이다. 그가 죽자 바빌론은 힘을 잃었고 페르시아의 ‘키루스’에게 나라를 내주게 된다. 기원전 539년이었다. 키루스는 유배 중이던 유다인들을 예루살렘으로 돌려보낸 임금이다. 하지만 페르시아 초기에는 바빌론도 번창한 도시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반란과 독립운동이 반복되면서 도시는 무참히 파괴되어 갔다.
중세 이후 메소포타미아는 오스만 튀르크(터키)가 장악했고 이들의 통치는 1차 세계대전 때까지 계속되었다. 전쟁이 끝나자 전승국 영국이 이 지역을 위임 통치했다(1917년). 그러나 아랍인들의 반발이 커지자 이라크 왕국을 탄생시켰다. 초대국왕은 ‘파이잘’이었다. 그가 죽자 군부에 의한 쿠데타로 ‘이라크 공화국’이 성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10년 8월 29일 연중 제22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호계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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