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인물] 히브리인
히브리인은 셈족의 한 지파다. 셈족이란 용어는 노아의 장남 ‘셈’에서 유래되었다. 그의 후손이란 표현이다. 물론 정확한 이론은 아니지만 현재는 관습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셈어’라고 한다. 히브리어와 아랍어는 여기에 속한다. 이 언어를 사용하는 절대다수는 중동지역과 북아프리카에 살고 있다.
홍수 이후 살아남은 노아의 가족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창세 10,32). 성경은 이들을 각 민족의 기원으로 이야기한다. 첫째 아들 셈은 아랍인의 조상이 되었고 둘째 ‘함’은 아프리카인의 조상이 되었다. 셋째 아들 ‘야펫’은 서쪽으로 이주해 유럽인의 조상이 되었다. 이 역시 성경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용어 자체만은 인정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히브리인과 아랍인은 같은 종족이다. 언어 역시 뿌리가 같다. 현대 언어는 넷으로 분류되는데 인도-유럽어족, 셈-햄어족, 중국-티베트어족, 우랄-알타이어족이다. 히브리어와 아랍어는 셈어족에 속하며 글자도 비슷하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는 스타일도 같다. 종교 역시 유일신을 섬기며 율법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유다교의 주님이 ‘야훼’라면 이슬람교의 주님은 ‘알라’다. 어원이 같기에 발음도 비슷한 것이다. 조상 역시 같은 아브라함이다. 그와 하갈이 낳은 이스마엘은 이슬람의 선조며 아브라함과 사라가 낳은 이사악은 유다교의 선조다. 그런데도 두 민족은 반목을 거듭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구성원은 히브리인들이다. ‘히브리’란 말은 ‘건너다’는 동사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히브리어로 ‘건너다’는 ‘에베르’(eber)인데 여기서 파생되었다는 것이다. 아브라함 일족이 유프라테스 강과 요르단 강을 건너왔기에 이런 명칭이 생겼다고 한다. 아무튼 이들은 기원전 19세기부터 가나안에 정착했고 인근 국가들이 히브리인이라 불렀다.
하지만 그들은 이스라엘인으로 불리기를 좋아했다. 이스라엘은 아브라함의 손자였던 야곱의 별칭이다(창세 32,29). 야곱의 후손이란 의미를 내세우고 싶어 했던 것이다. 그러기에 이스라엘은 훗날 국가 이름이 된다. 그러다 기원전 6세기 바빌론의 침공으로 나라를 잃게 되지만 페르시아에 의해 복구된다. 이때부터는 히브리인 대신 ‘유다인’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유다는 야곱의 넷째 아들이다(창세 49,8). 그의 후손인 다윗이 임금이 되면서 ‘왕족지파’로 자리 잡았고 유배 이후 히브리인을 대표하는 용어가 된 것이다. 이후 이스라엘은 대외적 명칭으로 사용되었고 민족적 의미를 부각시킬 때는 유다인이라 했다. 언어와 문화를 논할 때는 히브리인이라는 말이 쉽게 사용되고 있다.
[2010년 9월 19일 · 26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경축 이동 · 연중 제26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호계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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