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인물] 레위
레위는 야곱의 셋째 아들이다. 그가 태어났을 때 레아는 남편과의 강한 일치를 원했다. 야곱이 동생 라헬만 가까이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들의 이름을 레위라 했다(창세 30,34). 레위의 말뜻에는 ‘합치다, 매이다, 속하다’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만큼 레아는 야곱과 가까워지고 싶었던 것이다.
아무튼 레위는 레아가 힘들어하던 때에 태어났다. 그의 불같은 성격 이면에는 어머니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창세기 34장에는 레위의 운명을 바꾸는 격렬한 사건이 실려 있다. 야곱 일행이 라반의 집을 떠나 가나안에 도착했을 때다. 그들은 ‘스켐’ 성읍 앞에 천막을 치고 머물렀다. 어느 날 레아의 딸 ‘디나’는 성읍의 여자들에게 놀러갔다가 그곳 족장의 아들에게 성폭행을 당하게 된다. 족장의 아들은 디나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그렇게 한 것이다. 사건을 알게 된 족장은 사죄하며 이를 계기로 통혼하며 살자고 제의했다.
그러자 야곱의 아들들이 조건을 달았다. 스켐 남자들이 할례를 받는다면 응하겠다는 조건이었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할례를 행했고 상처가 아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레위는 시므온과 함께 그들을 급습해 모두를 죽이고 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후환이 두려웠던 야곱은 피신할 수밖에 없었다. 스켐을 떠나 ‘베텔’로 옮기게 된 이유다. 앞뒤 가리지 않는 레위의 성격이 극명하게 드러난 사건이다.
훗날 야곱은 레위를 저주한다(창세49,7). 하지만 레위지파에서 모세가 출현하자 후손들은 제관 계급으로 신분이 바뀐다. 모세가 죽은 뒤에도 그들은 레위가문이 아니면 사제가 될 수 없다는 전통을 확립시켰다. 이때부터 레위지파는 ‘레위인’으로 불리었으며 종교적 업무에만 전념했다. 숫자가 불어나자 사제는 아론의 직계로 서서히 제한이 되었다.
다윗임금은 성전에 종사하는 이들을 세 계급으로 나누었다. 첫째는 아론의 직계인 사제들이며 둘째는 ‘음악 종사자’들이며 셋째는 성전을 지키는 자들이었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레위인은 백성을 가르치는 일을 맡았다. 레위지파에게는 48개의 성읍(城邑)이 제공되었고 다른 지파로부터 농산물과 가축의 수익 1/10을 거두어 주었다. 레위인들은 이중에서 다시 1/10을 사제들에게 바쳤다. 이것이 ‘십일조 제도’의 기원이다.
[2010년 11월 7일 연중 제32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호계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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