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인물] 구약의 사제
구약의 사제를 폰티펙스(pontifex)라 했다. 직역하면 ‘다리 역할을 하는 이’다. 하느님과 인간을 연결하는 중재자라는 의미다. 그들은 모두 레위지파에 속해 있었다. 다시 말해 레위지파가 아니면 사제가 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는 레위인 중에서도 ‘아론의 직계’만이 사제가 될 수 있었다(탈출 28,1-2). 아론의 후손이 아닌 이들은 성전을 지키거나 음악 봉사자로 남았다. 그것도 아니면 율법공부에 전념하거나 백성을 가르치는 일에 종사했다.
사제가 되는 예식은 오늘날과 비슷했다. 정결례를 행한 뒤 착복예식과 기름 바르는 예절을 거쳐 사제로 공인되었다. 탈출기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탈출 29,4-9). 후보자는 예절 전에 반드시 몸을 씻었다. 물이 귀한 유목사회에서 목욕은 부정을 씻는 강렬한 상징이었다. 그런 뒤 규격에 따른 예복을 입었다. 저고리와 ‘에폿’이 딸린 겉옷이다. 그 위에 금실로 짠 화려한 띠를 둘렀으며 신분에 어울리는 모자를 썼다. 에폿은 일종의 앞치마로 가슴받이와 짝을 이루었다. 이후 사제는 예복을 입고 제사를 드려야했다. 사제 옷을 입지 않고 제사를 드리면 죽임을 당했다.
후보자가 기름부음을 받으면 그 순간 사제로 공인되었다. 그러면 그는 일칠 동안 속죄제를 바치며 근신했고 이후 사제의 삶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30세가 넘어야 사제로 임명되었다. 그러다 사제가 부족해지자 25세로 낮추었고 솔로몬 시대에는 20세가 되면 임명한 적도 있었다. 이들은 50세가 되면 은퇴했고 은퇴 뒤에는 제사를 드릴 수 없었다. 아무튼 이스라엘 역사에서 사제는 늘 예언자들의 견제를 받았던 인물이다.
사제들의 으뜸을 ‘대사제’라 한다. 성전의 지성소는 오직 대사제만이 들어갈 수 있었다. 그는 1년에 한 번 지성소에서 백성을 위한 속죄제를 드려야 했다. 로마 시대에는 대사제가 산헤드린 의장을 겸했으며, 예수님을 심문했던 이는 당시 대사제 ‘카야파’였다(마태 26,57). 한편 ‘수석사제’는 전직 대사제와 대사제가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사제를 일컫는 말이다. 예수님 시대에는 유다인 사제가 대략 18,000명 정도였다고 한다. 이들은 24반으로 나누어져 있었고 각 반은 1년에 두 번 일주일씩 성전에서 제사를 바칠 수 있었다(루카 1,5).
[2010년 12월 19일 대림 제4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호계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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