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인물] 초막절
히브리말 수카(Sukkah)는 나무 가지로 얼기설기 엮은 움막을 뜻한다. 이 단어의 복수형태가 숙콧(Sukkot)인데 초막절(草幕節)은 숙콧의 번역이다. 그러니까 움막(초막)들의 축제란 뜻이 되겠다. 이스라엘 민족은 모세의 인도로 이집트 탈출에 성공한다. 하지만 광야에서 40년을 방황하며 혹독한 시련을 겪는다. 그들은 몰랐지만 그런 과정을 거쳐야만 하느님 백성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초막절은 그때의 시련을 기억하며 의미를 되새기는 축제라 할 수 있다.
초막절은 연중 마지막 축제로 일주일간 열린다. 유대 전례력으로 7째 달인 ‘에타님 달’ 15일에서 22일까지다. 정확하게 말하면 14일 저녁부터 22일 해가 넘어가는 순간까지다. 양력으로는 9월말에서 10월초에 해당된다. 이때 많은 유다인들은 수카(초막) 안에서 음식을 먹고 마신다. 잠을 자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개신교에서는 수장절(收藏節)이라 번역했다. 추수한 곡식을 저장할 때의 축제라는 뜻이다. 가톨릭에서는 장막절(帳幕節)이라고도 했다.
유다인들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뭇가지로 초막을 지었다. 올리브나무와 소나무 또는 야자나무나 갯버들이 사용되었다.(느헤 8.15) 그리고는 잎이 무성한 생가지를 초막 안에 깔고 일주일을 지냈다. 그렇게 함으로서 선조들의 광야생활과 시련의 의미를 몸으로 체험했던 것이다. 가족전체가 축제에 참여했기에 우애도 다지고 친밀감도 나누는 현장실습이기도 했다.
원래 이스라엘 남자들은 파스카 축일과 오순절 그리고 초막절에는 의무적으로 성전참배를 해야 했다.(탈출 34,23) 하지만 후대로 오면서 정치적 이유로 잘 지켜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초막절은 성대하게 지냈다. 마지막 축제인데다 추수를 끝낸 뒤라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초막절이 되면 예루살렘에는 평소보다 두 배나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린다고 한다.
유다인의 축제는 음력 14일과 연관된 날이 많다. 보름달이 뜨는 날이다. 파스카 축제도 그렇고 푸림절도 그렇고 초막절도 음력 14일 밤부터 시작된다. 전깃불이 없던 시대에 둥근 달이야말로 가장 신비스런 불빛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초막절에는 전통적으로 한해의 비를 기원하는 기도를 바쳤다. 이스라엘 지역은 지중해성 기후로 여름에는 전혀 비가 오지 않는다. 초막절을 지내야 겨울비가 시작되고 비가 많아야 보리와 밀이 충분히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2011년 3월 27일 사순 제3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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