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인물] 아모리족
아모리족은 기원전 2000년부터 팔레스티나를 지배해왔다. 이스라엘 민족이 여호수아와 함께 가나안에 들어갔을 때 처음 부딪쳤던 민족이 아모리족이다. 여호수아는 죽을 때까지 이들과 싸웠다. 여호수아기 10장에는 그가 제거한 다섯 부족의 명단이 있다(여호 10,3).
이들은 난폭한 유목민이었으며 메소포타미아 남쪽의 수메르 집단을 몰락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시리아 지역을 장악했으며, 팔레스티나까지 세력권에 넣었다. 특이한 것은 중앙 집권체제를 형성하지 않은 점이다. 독립 부족이 개별 왕국을 이루었고 왕국끼리 연합체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들은 당시 최고 문명이었던 수메르 문화를 급속히 흡수해 오리엔트의 황금시대를 열었다. 바빌로니아의 왕들은 거의 모두 아모리족의 후예였다.
구약성경에는 아모리족이 키가 크고 장대한 민족으로 표현되어 있다. 여호수아는 에드레이 전투에서 아모리 출신 ‘바산 임금 옥’을 물리치고 그의 성읍을 빼앗는다. 에드레이는 갈릴래아 동쪽의 평야지대로 전략적 요충지였다. 그런데 옥의 침대는 길이가 아홉, 암마 폭은 네 암마였다(신명 3,11). 암마는 길이를 나타내는 히브리말로 희랍어 큐빗(cubit)과 같다. 즉 손가락 끝에서 팔꿈치까지의 길이다. 9암마는 대략 4m, 4암마는 2m다. 왕의 침대라지만 엄청난 크기였음을 상상할 수 있다. 아무튼 여호수아는 에드레이 지역을 므나쎄 지파에게 주었다(여호 13-31).
고대 바빌론 왕국은 기원전 2000년경 아모리족의 한 지류가 세웠다. 여섯 번째 임금이 유명한 함무라비 왕이다. 그는 법전을 편찬해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안정적으로 통치했으며 수도 바빌론을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지역의 정치 상업 중심지가 되도록 했다.
오늘날 아모리족은 셈족으로 분류된다. 셈족이란 명칭은 노아의 아들 셈에서 따왔다. 하지만 셈의 후손이란 말은 아니다. 학자들이 종족 이름을 만들 때 노아의 아들 셈에서 차용했을 뿐이다. 아카드인과 아모리족 그리고 아말렉족, 아람인, 히브리인은 모두 셈족에 속한다.
아모리족과 아말렉족은 다른 민족이다. 아말렉은 가나안 남쪽에 살던 작은 부족으로 이스라엘과 적대관계에 있었다. 판관시대에는 잠시 이스라엘을 지배했지만(판관 3,14) 왕정이 도입되자 사울은 아말렉 토벌작전에 나서 그들의 왕 ‘아각’을 사로잡고 이집트 쪽으로 몰아냈다(1사무 15장).
[2011년 10월 9일 연중 제28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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