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인물] 모압족
모압은 사해 동쪽 요르단 지역에 살던 민족으로 오랫동안 이스라엘과 부딪쳤다. 이들의 시조는 아브라함의 조카였던 롯의 딸로 알려져 있다. 다음은 창세기의 기록이다.
소돔과 고모라 도시가 망한 후 롯은 산으로 올라가 두 딸과 함께 살았다. 그때 맏딸이 작은딸에게 말했다. “아버지는 늙으셨고 이 땅에는 우리에게 올 남자가 없구나. 아버지에게 술을 드시게 한 다음 함께 누워 그분에게서 자손을 얻자.” 그날 밤 맏딸은 아버지에게 술을 들게 한 다음 함께 누웠다. 이렇게 해서 롯의 딸은 아버지의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 맏딸은 아들을 낳고 모압이라 했다. 오늘날까지 이어 오는 모압족의 조상이다(창세 19,30-38).
이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두 딸이 아버지 롯을 술 취하게 한 다음 아이를 가지려 했다는 내용에 얼마만큼의 신빙성이 있을까? 후대의 견해는 모압족을 깎아 내리기 위한 기록에 비중을 두고 있다. 출생 자체부터 이스라엘에 예속되었음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모압족은 이스라엘과 가까운 관계면서도 껄끄러운 관계였다.
당시 모압족의 본거지였던 요르단 강 동편에는 암몬족도 함께 있었다. 암몬족은 오늘날의 요르단 수도인 ‘암만’을 중심으로 북부 지역에 살았고 모압은 요르단 남부 지역에서 세력을 떨치고 있었다. 그리고 암몬족 북쪽에는 아람족이 버티고 있었다.
이집트를 탈출했던 이스라엘은 모세의 인도로 가나안 땅을 향하고 있었다. 그들은 모압족이 살던 남부지역을 지나가야했다. 모세는 정중하게 통과를 요청하지만 거절당한다. 엄청난 무리가 국경을 건너게 해달라니 허락할리 만무했던 것이다. 이스라엘은 전쟁이냐 우회냐를 의논하다 우회할 것을 결정한다. 모압족은 만만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후 모세는 북쪽의 암몬족과 전투를 벌인 뒤에 그곳을 통과했다.
모압족은 다윗 왕의 외가가 되는 룻이 속한 민족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다윗은 사울의 박해를 피해 모압 땅으로 피신한 적이 있다. 다윗은 환영을 받았고 그곳에서 숨어 지냈다. 하지만 왕이 된 뒤에는 모압을 쳐서 속국으로 만들었다(2사무 8,2). 역사의 아이러니다.
모압은 인근 나라를 정복할 만큼 강대국은 아니었지만 경제적으로 풍요로웠으며 고지대에 위치해 외세의 침입을 잘 견딜 수 있었다(예레 48,11). 그러나 다윗에게 패한 뒤에는 아시리아의 속국이 되었고 이후 바빌론의 포로시대를 거치면서 주변국가에 흡수되어 버렸다.
[2011년 10월 30일 연중 제31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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