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인물] 게헨나 우리말 신약성경에는 지옥이란 단어가 12번 등장한다. 적은 숫자가 아니다. 예수님께서도 이 용어를 분명하게 쓰셨다. “손이 죄짓게 하거든 잘라버려라. 온몸이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지체 하나를 잃는 것이 낫다.”(마태 5,30) 지옥은 희랍어 원문에 등장하는 ‘게헨나’의 번역이다. 그런데 게헨나는 히브리어 ‘게 벤 힌놈’을 음역한 것이다(여호 18,16). 게(Ge)는 히브리어로 골짜기를 뜻하고 벤(Ben)은 아들을 뜻한다. 직역하면 ‘힌놈 아들의 골짜기’란 의미다. 이 골짜기는 예루살렘 남서쪽에 있다. 아마도 땅 주인이 ‘힌놈의 아들’이었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곳에는 몰록신전이 있었다. 따라서 이 지역은 원주민들이 신성시 했던 땅이다. 그들은 ‘몰록 신’에게 어린이를 태워 바쳤고 훗날 히브리인들도 이들의 종교의식을 따라했다. 유다의 임금 중에도 왕자를 불속에 들여보내 몰록의식을 치른 이들이 있었다(2열왕 16,3). 그러다 기원전 7세기에 등장한 요시야 왕의 개혁 때 이곳은 파괴된다(2열왕 23,10). 몰록신전은 철저하게 제거되었고 몰록상도 부셔져버렸다. 그러나 제물을 불태워 바치던 화덕은 살려두었다. 소각장으로 활용키 위해서였다. 이후 이곳에서는 처형당한 죄수와 부랑자들의 시신을 태웠고 동물의 시체도 쓰레기와 함께 화덕에 던져 태웠다. 그러다 보니 늘 이곳에서는 매캐한 연기가 피어났고 악취가 풍기는 불쾌한 곳으로 바뀌었다. 차츰 벤 힌놈 골짜기는 죄인들이 벌 받는 곳을 상징하는 장소로 인식되어 갔다. 예언자들도 그렇게 설교했다. 예수님께서도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아셨기에 지옥(게헨나)이란 표현을 사용하셨던 것이다. 한편 게헨나의 이러한 개념은 이슬람교에도 차용되었다. 그들이 지옥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자한남’이란 용어다. 오늘날 벤 힌놈 골짜기는 깨끗이 정리되었고 화덕도 연기도 없다. 지옥을 상징했던 이곳은 이제 성지의 일부가 되어 관광객들을 맞고 있다. 지옥이 영원하다면 형벌 또한 영원할 것이다. 어느 공간인진 몰라도 끝없이 타는 불이 있고 그곳에 구원에서 제외된 부모형제, 혹은 남편과 아내와 자식이 있다면 하늘의 영생복락인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2012년 2월 12일 연중 제6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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