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인물] 사탄
사탄(Satan)은 히브리어로 적대자 또는 대항자를 뜻한다. 사탄에 대한 첫 기록으로 알려진 즈카르야서 3장 1절에는 고발자로 나온다. 희랍어 성경인 ‘70인역’ 에서도 사탄은 고발자로 번역되었다. 희랍어 디아볼로스(diabolos)다. 이 단어는 특히 ‘중상모략으로 고발을 일컫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었다. 영어의 더빌(devil)은 디아볼로스를 음역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사탄을 야훼의 적으로 간주했다. 원래는 천사였는데 하느님께 항거하다 사탄이 된 것으로 여겼다. 따라서 인간보다 영적 능력이 뛰어나다고 믿었다. 이러한 견해는 초대교회에 전수되었고 사탄을 타락한 천사로 받아들였다. 사도들은 ‘자기 영역을 지키지 않고 거주지를 이탈한 천사’(유다 1,6)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때에 하늘에서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미카엘과 그의 천사들이 용과 싸운 것입니다. 용과 그의 부하들도 맞서 싸웠지만 당해내지 못하여 하늘에는 더 이상 그들을 위한 자리가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그 옛날의 뱀, 악마라고도 하고 사탄이라고도 하는 자가 떨어졌습니다.”(묵시 12,7-9) 요한묵시록 역시 사탄에 대한 초대교회의 견해를 반영한 글이라 할 수 있다.
이후 그리스도교에서는 사탄을 ‘유혹하는 존재’로 인식했다. 공관 복음에서 사탄은 광야의 예수님을 유혹한다. 그것도 여러 번 유혹한다. 그분을 유혹했다면 그를 따르는 신앙인을 유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창세기에서는 아담과 하와를 속여 창조주를 떠나게 했다. 사탄에게 어떤 이론을 적용하더라도 그의 역할은 단순하다. 인간을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이다.
사탄은 사람에게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는 사탄을 몰아내는 장면을 여러 번 보여주셨다. 그리고 그러한 권한을 열두 제자는 물론 일흔 두 제자들에도 주셨다. “‘주님, 주님의 이름 때문에 마귀들까지 저희에게 복종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나는 사탄이 번개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루카 10, 17-18) 사탄이 강하더라고 예수님 앞에선 약하다는 것을 초대교회 신자들에게 알려 주려 하셨던 것이다.
어떻든 세상에는 ‘악한 기운’이 존재하면서 인간 영역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성경은 이를 ‘사탄의 존재’로 이해하려 했다. 마귀와 악령은 사탄을 한자로 번역한 것이며 악마는 불교용어를 빌려온 것이다.
[2012년 4월 1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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