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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리] 성경 속의 인물: 하란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10-14 조회수4,052 추천수1
[성경 속의 인물] 하란


하란(Haran)은 아카드어로 길목을 뜻한다. 교통의 요지란 의미다. 아카드는 메소포타미아 중부 지역을 일컫는 말이다. 실제로 하란은 상업도시로 상당히 번창했다(에제 27,23). 메소포타미아에서 지중해 쪽으로 나가는 중간도시였으며 통상로가 교차하는 곳이었다.

기원전 12세기부터 아시리아 지배하에 있었고 ‘달 신’의 숭배지로 유명했다. 최근 이곳에서 발굴된 비석에는 아시리아 ‘티글랏 필에세르’(2열왕 16,7) 왕이 달의 신에게 제사 드리는 장면이 부조되어 있다. 그의 아들이 기원전 722년 북이스라엘을 멸망시킨 사르곤 2세다.

창세기에 의하면 아브라함의 가족은 메소포타미아 남쪽의 ‘우르’를 떠나 하란에 정착한다.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가기 위해 머물렀던 것이다(창세 11.32). 하지만 아브라함의 아버지 ‘테라’는 하란에서 죽어 그곳에 묻혔다. 이후 아브라함은 약속의 땅으로 가라는 소명을 다시 받는다. 그때 아브라함은 75세였지만 즉시 움직인다(창세 12,4). 한편 아브라함의 동생 ‘나호르’는 하란을 떠나지 않았다. 훗날 나호르의 손녀 레베카는 아브라함의 외아들 이사악의 아내가 된다(창세 24,15).

레베카는 에사우와 야곱을 낳았는데 에사우는 야곱이 아버지의 축복을 가로챘다는 이유로 죽이려했다(창세 28,41). 놀란 레베카는 야곱을 하란의 친정으로 피신시켰다. 야곱은 그곳에서 12지파의 어머니가 되는 4명의 아내를 얻게 된다. 이렇듯 하란은 아브라함 가문이 4대에 걸쳐 연고를 맺었던 곳이다.

하란은 메소포타미아 위쪽이다. 이른바 비옥한 반달 지역 북쪽 언저리다. 예부터 시리아 사막의 유목민들이 넘봤고 히타이트와 아시리아가 부딪치던 곳이었다. 이후 아시리아의 국경도시로 발전했고 바빌론 시대에도 터키 내부와 메소포타미아를 연결하는 무역도시로 맥을 이어왔다. 서쪽으로 유프라테스 강이 흐르고 동쪽에는 티그리스 강이 흐른다. 두 강은 지금도 터키의 중요한 수자원이며, 시리아와 이라크에 식수를 제공하고 있다.

중세 때 하란은 바그다드와 함께 중동 학문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칭기즈칸의 손자 ‘훌라구’가 시리아 원정에서 이곳 주민들의 저항을 받자 하란을 파괴한 뒤로는 재건되지 못했다. 하란의 옛 이름은 ‘아람나하라임’이었다(창세 24,10). 직역하면 ‘두강 사이에 있는 아람인의 땅’이다. 현재는 터키에 속해 있으며, 지명은 알틴바삭(Altinbasak)이다. ‘황금 빛 이삭’이란 의미라고 한다.

[2012년 4월 22일 부활 제3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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