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인물] 신구약 중간기
성경은 구약과 신약으로 나뉜다. 중간기는 그 사이의 역사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마카베오 시대부터 사도 시대까지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이 주권을 상실한 것은 기원전 587년이다. 바빌론 군대가 예루살렘을 파괴하고 왕과 주민들을 포로로 잡아갔기 때문이다.
유다인들은 충격을 받는다. 주님의 성전이 어떻게 파괴될 수 있는가? 더구나 이방인의 손에 무너질 수 있는가? 하느님은 전능하신 분이 아니란 말인가? 의문이 퍼져나가자 예언자들이 진화에 나섰다. 주님께서 힘이 모자라 예루살렘이 파괴된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의 죄 때문에 심판이 내린 것이다. 이런 가르침이었다. 포로생활이 끝나고 예루살렘으로 돌아오게 되자 유다인들은 율법정리에 심혈을 기울인다. 율법준수만이 심판을 피하고 축복을 되살리는 길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핵심인물은 느헤미야와 에즈라였다. 특히 에즈라는 포로지에서부터 자료 수집에 나섰다. 이렇게 해서 현존하는 구약성경 대부분이 이때 편집되었다.
이후 희랍과 로마 시대를 거치면서 성경은 율법을 담고 있는 책으로 인식되었다. 그리고 유다인들은 더는 메시아를 기다리는 종말사상에 심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율법중심의 공동체를 이상향으로 설정했다. 이제 구약성경의 뒤를 잇는 규범은 율법의 생활화를 돕는 ‘탈무드’였다.
초대교회는 구약성경에서 신약성경으로 이어졌지만 유다인들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스도교와 유다교의 분명한 차이점이다. 기독교에서는 예수님의 출현으로 구약은 끝나고 새로운 약속(신약)의 시대가 시작된 것으로 보지만 유다인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신구약 중간기는 그들의 종교적 현실을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아브라함으로부터 시작된 ‘약속의 땅’은 예루살렘 중심의 이스라엘이었다. 천년 이상 살아왔던 이 땅에서 유다인들은 추방된다. 그리고 바빌론이 예루살렘을 무너뜨리듯 로마인 역시 성전을 파괴했다. 옛 약속(구약)은 끝나고 새 약속(신약)이 시작된다는 역사적 상징이었다. 선택된 민족은 이스라엘뿐 아니라 모든 민족이라는 가르침이기도 했다. 구약성경도 신약성경이 나타났기에 그리스도교의 경전이 될 수 있었다. 신구약 중간기는 이스라엘 민족이 해체되는 시기였던 것이다.
[2012년 5월 20일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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