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인물] 나자렛
유다인들은 예수님을 나자렛 출신이라 했다(마태 26,71). 탄생지 베들레헴보다 나자렛이 더 부각되어 있다. 그분의 십자가 명패도 나자렛 사람 예수였다. 성모님의 고향이며 가브리엘 천사가 예수님의 잉태를 알린 곳도 나자렛이다. 메시아에 관한 한 나자렛은 베들레헴을 능가한다.
나자렛의 어원은 나자르(nazar)다. 구별하다, 분리하다로 해석된다. ‘나지르인’은 이 단어에서 파생된 말이다. 하느님만을 섬기기 위해 특별히 구별된 사람을 일컫는다. 대표적 인물이 삼손과 사무엘이다(판관 13,5). 나자렛은 지명만큼 독특한 도시임에 틀림없다.
예루살렘에서 137km 북쪽이며, 갈릴래아 중심도시 티베리아스와는 30km가량 떨어져 있다. 사방이 산으로 싸였으며 동네는 움푹 들어간 골짜기에 있다. 농지도 초지도 거의 없는 벽촌이다. 국경지대였기에 전쟁이 잦았고 페르시아의 셀레우코스 왕조 이후로 식민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역사적으로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다. 구약성경에 언급된 적도 없고 탈무드나 유대 문헌에도 나오지 않는다. 이스라엘 최고의 역사학자인 요세푸스 플라비우스의 기록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런 곳에서 예수님은 유년 시절과 청년시절을 보낸 것이다.
기원후 313년 기독교가 공인되자 나자렛은 성지로 떠오른다. 순례자들이 찾아왔던 것이다. 이후 성모님의 집터에 기념성당이 세워졌다. 성모영보(주님 탄생 예고) 성당이다. 현 성당은 1960년부터 짓기 시작해 9년 뒤 완성했다. 5세기 초 경당이 세워졌던 자리에 다섯 번째로 지어진 성당이다.
1949년 프란치스코 수도회는 발굴을 통해 3세기 건물 일부를 찾아냈다. 기둥에는 ‘마리아, 찬미 받으소서.’라는 희랍어가 새겨져 있었다. 성모님 집터의 증거물이다. 영보성당 제대에는 ‘말씀이 이곳에서 육(肉)이 되셨다.’라는 문장이 있다.(Verbum Caro Hic Factum est)
오늘날 나자렛은 갈릴래아에 사는 아랍인들의 교역중심지며, 이스라엘 내에서 가장 큰 아랍인 도시다. 인근의 산업단지로 노동자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첫 번째 기적을 행하신 카나 동네는 나자렛에서 7Km 정도 떨어져 있다.
[2012년 9월 30일 한가위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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