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인물] 필립보
사도 필립보는 벳사이다 출신이다. 베드로 안드레아 야고보와 요한 역시 벳사이다 출신이다. 이런 이유로 필립보는 사도 명단에 언제나 5번째로 등장한다. 그리고 공관복음에는 그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지만, 요한복음에는 많이 등장한다.
나타나엘을 예수님께 인도하여 제자가 되게 한 일(요한 1,45-51),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의 기적에서 예수님의 질문을 받는 일(요한 6,5), 안드레아와 함께 어떤 그리스 사람을 스승님께 데려가는 이야기(요한 12,20-26), 그리고 ‘하늘의 아버지’를 뵙게 해달라고 청하는 일(요한 14.8-9) 등이다.
사도 요한은 필립보에 대한 기억이 있었기에 복음서에 남겼을 것이다. 특히 아버지를 뵙게 해달라고 청했을 때의 답변은 예수님의 사상을 담고 있는 말씀이다. “필립보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전승에 의하면 필립보는 고대 유라시아(스키타이) 지방에서 활동했다. 이후 그리스에서도 선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미티아누스 황제 때 오늘날 터키에 속하는 히에라폴리스에서 순교했다. 유해는 콘스탄티노플로 이장됐다가 현재는 로마의 12사도 성당에 안치되어 있다. 축일은 5월 3일이며, 포목업자와 모자 제조업자의 수호성인이다.
필립보는 희랍어로 친구를 뜻하는 필로스(philos)와 말을 뜻하는 힙포스(hippos)의 합성어다. 직역하면 ‘말의 친구’ ‘말을 좋아하는 사람’이란 의미가 되겠다. 당시 그리스에는 흔한 이름이었다. 희랍의 영웅 알렉산더 대왕의 아버지 이름이 필립이었기 때문이다. 그리스에는 그의 이름을 붙인 도시도 있었다. 바오로 서간의 하나인 필리피 신자들에게 보낸 편지는 그곳 교우들에게 보낸 편지다.
필립보는 사도행전에 등장하는 일곱 봉사자 필리포스와는 다른 인물이다. 초대교회는 공동생활을 했다. 그런데 식량 배급에 불만을 품은 교우들이 늘어났다. 그래서 사도들은 일곱 명의 보조자를 안수로 뽑았던 것이다(사도 6,1-6). 첫 순교자 스테파노도 그중의 한 분이었다. 필리포스는 사마리아에서 전교했고, 마술사 시몬을 입교시킨 분이다(사도 8,13).
[2012년 11월 18일 연중 제33주일(평신도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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