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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역사서 해설과 묵상: 구약시대의 다양한 축제 달력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11-19 조회수3,847 추천수1
[말씀의 자리] 역사서 해설과 묵상 20 : 구약시대의 다양한 축제 달력


구약성경 안에는 다양한 ‘축제달력’이 있다. 이런 다양성은 서로 다른 지리적 배경과 시대적 배경에서 유래한다. 구약성경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축제달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탈출기 23장 14-17절은 가장 오래되고 가장 짧은 달력이다. 3대 순례축제(무교절, 수확절, 추수절) 때 모든 이스라엘 남자는 주님 앞에 나와야 한다고 규정한다.

2. 탈출기 34장 18-23절은 탈출기 23장과 약간 다른 형태로 거의 같은 규정을 제시한다. 축제의 숫자는 같은데 다만 그 이름이 약간 다르다. 결론도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괄목할만한 차이점은 ‘맏배규정’과 ‘안식일 규정’인데, 이 두 규정은 탈출기 22장 28-29절과 23장 12절에 이미 나타난다. 위의 두 달력이 무교절을 언급하되 파스카 축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는 것을 본다면, 탈출기 12장에서 파스카 축제와 무교절이 연결된 것은 후대의 편집작업임이 틀림없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위의 두 달력이 3대 축제의 날짜를 확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이 축제들이 매년 조금씩 변하는 기후조건에 따른 농사일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위의 두 달력은 예배가 예루살렘으로 집중되기 전의 것이며 따라서 그 당시 3대 축제는 지방성소에서 거행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3. 신명기 16장 1-17절의 신명기법 역시 거의 같은 달력을 유지한다. 결론도 위의 두 달력과 같은데 다만 “주 너희 하느님께서 선택하시는 곳”(신명 16,16)이라는 구절을 첨가했다. 이 첨가구절은 각 축제를 언급할 때마다 따라붙는다. 이것은 신명기가 부과한 예배의 중앙집중화에 따른 규정이다. 신명기 16장의 달력에서는 파스카 축제와 무교절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위의 두 달력과 마찬가지로 신명기 16장의 달력 역시 추분(秋分)을 새해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가나안에 정착한 뒤 히브리인들은 가나안 문화의 영향을 받아 추분을 새해로 받아들였다. 추분 새해는 가나안 농경문화와 관련이 있다. 가나안 사람들은 가을에 씨를 뿌려서 초여름에 추수했기 때문이다.

4. 레위기 23장은 정확하게 날짜를 지정한다. 그런 날짜 지정은 춘분(春分) 새해를 따르며 각 달의 이름은 서수(序數)로 주어진다. 이것은 레위기 23장의 달력이 바빌론 달력을 채용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레위기 23장의 달력은 앞의 달력들보다 내용이 훨씬 더 풍부하여 안식일, 햇곡식 축제, 7월(티쉬리월) 초하루 축제, 속죄일을 포함한다.

5. 에제키엘서 45장 18-25절의 규정에서도 축제달력을 뽑을 수 있다. 춘분 새해의 정월(니산월) 초하루와 이렛날에 성소를 정하게 하는 속죄예식을 거행해야 한다. 그리고 정월 14일에 파스카 축제를 지키고 이어서 칠일 동안 무교절을 지키고, 7월 15일에 초막절(추수절)을 지켜야 한다. 에제키엘의 달력에서 오순절(수확절)이 생략된 것과 연초의 정화예식을 언급한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에제키엘의 규정은 이상적인 것이며 아마도 글자 그대로 실행되지 않았을 것이다. 에제키엘의 달력은 제관계 문헌인 레위기 23장으로 대치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6. 민수기 28-29장은 에제키엘의 달력을 무시하면서 레위기 23장의 달력을 해설하고 첨가하며 몇몇 제사를 상세히 설명한다. 이 달력은 기원전 400년 경 에즈라 시대 이후 제2성전의 제사규정을 반영하는 것임이 틀림없다.

묵상주제

안식일을 비롯한 여러 축제를 거행하는 전례를 통해 유다인들은 과거에 있었고, 지금 벌어지고, 또 앞으로 올 사건에 동시적으로 현존한다. 파스카 축제는 과거 이집트 탈출 사건을 상기하고 기념한다. 파스카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은 마치 자신이 첫 번째 파스카의 밤에 구출된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이것을 일컬어 ‘과거역사를 내 것으로 하기’라고 한다. 이를 통해 조상들의 신앙여정을 상기하고 그들과 같은 영적인 여행을 감행할 수 있는 영감을 얻는다.

[2012년 11월 18일 연중 제33주일(평신도 주일) 청주주보 2면, 이중섭 마태오 신부(오송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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