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자리] 역사서 해설과 묵상 25 : 초대교회의 축제
초대교회 신자들은 안식일을 비롯한 유다교의 축제에 참여했다(사도 16,13; 20,16 참조). 물론 그리스도교의 축제가 유다교의 전통에 뿌리를 두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차이점이 드러나고 갈등도 생겨났다. 바오로 사도는 유일하신 하느님 대신에 별과 기타 자연적인 힘을 인정하는 듯한 유다교 축제일을 단호히 거부했다(갈라 4,8-11; 로마 14,5 참조). 더 나아가 바오로 사도는 ‘유다교의 것이든 이방인의 것이든 모든 축제의 의미는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교체되었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파스카 양이신 그리스도께서 희생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순결과 진실이라는 누룩 없는 빵을 가지고 축제를 지냅시다.”(1코린 5,7-8)라는 권고는 바오로의 그러한 사상을 잘 드러낸다. 유다인들의 파스카 예식은 집안에 남아있는 누룩 든 빵을 찾아내 없애버리는 것으로 시작하여 어린양을 잡고 쓴 나물을 먹는 것으로 진행된다. 참된 파스카 양이신 그리스도 덕분에 이제 죄라는 묵은 누룩은 없어지고, 누룩 없는 빵으로 상징되는 거룩함과 순결이라는 ‘파스카적 삶’이 가능하게 되었음을 바오로 사도가 강조한다.
초대교회는 주간의 첫날에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모임을 가졌다. 1세기 말쯤 이날을 ‘주일’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묵시 1,10; 디다케 14 참조). 그러므로 주일은 그리스도교 달력에서 가장 오래된 축제라고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주일은 최초의 그리스도교 축제였고 한동안은 유일한 축제였다. 주일에 신자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로 이룩된 구원을 기념하고 그분의 도래를 기다리면서 성체성사를 거행했다(1고린 11,23-26). 따라서 근원을 따진다면 주일은 유다인들의 안식일과 연결되지 않는다. 주일은 한 주간의 첫날이므로 새로운 창조의 상징이 된다. 한 주간에 새로운 빛을 던져주면서 새로운 세상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주일에 이어서 유다교의 파스카 축제에 상응하는 부활 대축일이 거행되었는데 유다교적 의미는 상징적 의미 외에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 말하자면 부활 대축일은 ‘최초의 연중 축제’라고 볼 수 있다. 오순절 역시 그리스도교 달력 안에 남긴 했지만 그 본래적인 의미를 완전히 상실하고 사도행전 2장의 성령강림 사건을 기념하게 되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로써 이룩된 새로운 파스카 전례를 거행하면서 과거에 있었던 그리고 지금도 벌어지고 또 앞으로 완성될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사건에 동시적으로 현존한다. 또한 히브리인들이 이집트 종살이에서 해방되었듯이, 오늘날 그리스도의 새로운 파스카를 거행하는 우리는 모든 종류의 새로운 이집트(그것이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이든 우리 교회 공동체를 둘러싼 것이든)에서 해방될 것을 희망하며 영적인 여정을 계속한다.
묵상주제
초대교회 신자들은 구원적 사건을 기념하는 축제거행을 통해 부활하신 주 예수 그리스도를 그들 안에 모신다는 확신을 가졌다. 그러므로 축제거행은 그리스도를 향한 충실성의 표현이며 신앙의 신비를 선포하는 행위다. 그리스도교에서 축제는 이제 더 이상 ‘영원을 향한 향수’가 아니다. 그리스도교의 축제는 그 축제가 의미하고 거행하는 것을 실현하기 때문이다. 이런 뜻에서 그리스도 신자들은 날마다 축제 속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교부들이 말했던 것이다.
[2012년 12월 23일 대림 제4주일 청주주보 2면, 이중섭 마태오 신부(오송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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