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인물] 향백나무
티로 임금 히람이 사절단과 함께 향백나무와 목수와 석수들을 보내어 다윗에게 궁을 지어주게 하였다(2 사무 5,11). 의인은 야자나무처럼 돋아나고 레바논의 향백나무처럼 자라리라(시편 92,13).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향백나무 기록이다. 대략 70여 회 등장한다. 그만큼 유다인들에게 친숙한 나무였다.
하지만 이스라엘에서는 구할 수 없었다. 레바논의 산악지대에서 자라는 침엽수였기 때문이다. 목재로 다듬으면 색이 붉고 향이 은은했다. 그리고 벌레가 쉽게 접근하지 않았기에 부패에도 강했다. 이런 이유로 악성 피부병을 치유할 때 향백나무를 사용하라는 율법이 있었다(레위 14, 4). 이집트인들은 향백나무 송진을 이용해 미라를 만들었다는 기록을 남겼다.
향백나무는 소나뭇과에 속하는 상록교목(常綠喬木)이다. 교목은 줄기가 곧고 굵으면서 높이 자라는 나무다. 가지 또한 위쪽에서 퍼진다. 반대말은 관목(灌木)이다. 키가 작고 원줄기와 가지의 구별이 분명치 않은 나무다. 전체 모양이 부채 모양으로 퍼지는 나무다.
성경에 등장하는 향백나무는 레바논에서 가져온 것들이었다. 대개 1,500~1,900m의 건조한 고지대에서 자랐다. 최상의 목재는 높이가 30~40m 이상 되었고, 지름은 3m 둘레가 10m 이상 되는 것들이었다. 팔레스티나와 시리아를 가르는 산맥이 레바논 산맥이다. 꼭대기는 1년의 절반이 눈으로 덮여있다. 레바논의 말뜻은 ‘흰 산’이란 의미다. 이런 설산에서 푸른 잎을 간직하며 곧게 뻗어 있는 나무가 레바논의 향백나무였던 것이다. 수령(樹齡)이 2000년 이상 된 것들도 많다고 한다.
향백나무의 특징 중 하나는 은은한 향기에 있다. 껍질에 상처를 내면 진액이 나오는데 여기서 향이 난다고 한다. 진액에는 향내뿐 아니라 방부제와 방충제가 함유되어 있어 로마시대에는 종이에 발라 좀먹는 것을 막기도 했다. 그리고 백향목은 불에 타도 연기나 재가 거의 없기에 고급연료로 사용되기도 했다.
향백나무를 예전에는 백향목이라 했다. 향백(香柏) 또는 백향(柏香)의 백(柏)은 나무 이름을 뜻하는 백이다. 희다는 의미의 ‘흰 백’이 아니다. 그리고 나무 이름 백(柏)에는 크다는 의미도 있다. 사람에게는 백(伯) 자를 쓰고 나무에게는 백(柏) 자를 쓴다. 향백나무는 레바논의 국목(國木)으로 레바논 국기와 항공기에 그려져 있다. 천연기념물로 철저히 보호되고 있다.
[2013년 4월 21일 부활 제4주일(성소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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